- 관리자
- 2021-06-24 06: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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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가 남북 관계 걸림돌로 지적돼온 워킹그룹을 폐지하는 수순을 밟기로 했다. 양국은 방한 중인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간 북핵 수석대표협의에서 워킹그룹을 종료하는 방향으로 검토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고, 구체적인 대안은 협의키로 했다는 것이다. 한미 워킹그룹은 비핵화, 남북 협력, 대북 제재 현안 등을 수시로 조율할 목적으로 2018년 11월 출범시킨 실무협의체다.
남북이 그해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하며 각종 협력사업에 속도를 내는 과정에서 불거진 미국과의 엇박자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구성됐다. 대북 제재 문제를 미국의 여러 관련 부처와 개별적으로 논의할 필요 없이 한 협의체에서 원스톱으로 다룰 수 있는 순기능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이 남북 협력사업의 제재 면제 문제를 다루면서 때로는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를 보여 남북 관계 진전을 가로막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미국의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남북협력 노력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곤 했으나 워킹그룹의 역할 탓에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했다. 북한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입을 통해 "친미 사대의 올가미"라며 강한 불만을 드러내 한미 워킹그룹이 의도했든 아니든 결과적으론 남북 교류·협력을 지체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된 셈이다.
한미 워킹그룹의 역기능 사례를 보면 부정적인 평가들이 왜 나왔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남북이 독감 치료제인 타미플루 인도적 지원에 합의하고도 무산된 경우가 있었다. 타미플루를 운반할 트럭의 제재 위반 여부를 따지다가 시간이 지체된 탓이다. 워킹그룹의 승인이 늦어져 금강산에서 열리는 남북행사의 취재진이 노트북을 가져가지 못하는 경우는 또 다른 사례다.
제재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는 대목에 매달리다 큰 것을 놓치는 우를 범한 격이다. 한미 간 원활한 공조라는 애초 의도가 무색하게 한국이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으로 나서기 어렵게 손발을 묶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명백한 대북 제재 위반이 아니라면 재량과 융통성을 발휘해도 될 일인데도 미국이 과도한 잣대를 들이대거나 한국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취임 이후 워킹그룹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런 만큼 워킹그룹 종료는 더 일찍 이뤄져야 했을 조치였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이후 대북정책 검토 과정을 거치느라 시간이 필요했던 점은 고려할 대목이다. 늦은 조치인 만큼 이제부터라도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는 논의로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지금은 북한의 대화 용의 메시지에 미국이 조건 없이 만나자고 재촉하는 형국이다. 이에 김여정 부부장이 '잘못된 기대'라고 일축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긴 했지만, 국면 변화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와 한미의 유연성 발휘 여부다.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끔 한미가 유인책을 효과적으로 구사해야 할 상황인 셈이다.
한미 간 대북 정책 조율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졌다. 한미는 북핵 수석대표 협의 이외에도 국장급 협의를 강화한다고 했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가칭 '한미국장급정책대화'를 워킹그룹의 대안으로 언급했다. 국장급 대화를 활성화해 의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한다는 설명이다. 협의 틀의 모양새도 중요하지만, 관건은 협의 과정에서 융통성을 얼마만큼 발휘할지다.
북한을 비핵화로 이끄는 압박 수단인 제재의 근본 취지는 살리되, 각론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그러려면 제재의 경직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제한적이나마 남북 교류·협력이 재개된다면 이는 북미 협상 동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인영 장관은 성 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남북 간 코로나19·식량 등 민생분야 협력,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기후변화 분야 협력 등을 언급했다. 대북 제재 내 유연성과 창의적인 접근법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한미가 대북 대화·협력의 물꼬를 트고 견인할 생산적인 실무협의체를 만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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