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2-01 06: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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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이상이나 목적이 아니라 현실이고 과정이다≫ 필자의 지론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1월 27일 통일부가 대통령 신년업무보고를 통해 “기존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통일구상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응원의 마음을 보내면서 소견 몇가지를 보탠다.
명칭
대한민국 통일방안은 건국후 이승만 대통령의 북진통일론으로 시작되어 많은 변천사를 겪었지만, 지금의 통일방안은 ▲1989년 9월 노태우 대통령이 제안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모태가 되어 ▲1994년 8월 김영삼 정부가 완성한 1민족·1국가·1체제·1정부 통일국가를 지향하는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다.
명칭에서 나타나 있듯이 ‘민족’과 ‘공동체’를 강조하였다. 지금 이 시기 문제가 되는 것은 민족 개념이다. 21세기는 바야흐로 지구촌 시대다. 국가는 여러 민족이 함께 어우러져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니다. 다민족·다문화는 저출산·고령화 시대의 핵심코드이며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민족에 매달리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북한도 통일전선전술 차원에서 ‘우리민족끼리’를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김정은 집권이후 ‘우리민족제일주의’ 구호가 ‘우리국가제일주의’로 바꾸었다.
따라서 ‘민족’ 표현을 통일한국이 지향해야할 가치를 포함하는 새로운 용어로 대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것은 무엇일까? 바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대결에서 승리를 이끌었고, 지금 개인과 국가의 자유·평화·번영을 보장해 주고 있는 ‘자유민주주의’다.
혹자는 이런 관점을 흡수통일론의 연장선이라고 비판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단연코 아니다. 통일은 이상이나 절충이 아니다. 우월한 체제로 자연스럽게 모아지는 과정이고 현실이다. 독일통일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수 있다. 따라서 필자는 새로운 통일방안의 명칭으로 『자유민주공동체 통일방안』을 제시해 본다.
통일방법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점진적·단계적 통일의 기조하에 화해협력 → 국가연합 → 통일국가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념과 정치체제가 완전히 다른 국가끼리 원활한 화해협력이나 국가연합을 형성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지나온 역사는 물론 현실에서도 똑똑히 목도하고 있다.
혹자는 2002년 6월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국가연합과 낮은 단계의 연방제 절충’이라면 체제가 상이하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으나 ▲세계사적으로 이념과 체제가 다른 국가가 연방국가를 형성한 사례가 없고 ▲혹여나 이질적인 체제끼리 외형적으로 통일을 하더라도 결국은 또다시 분열, 전쟁으로 귀결된다는 게 예멘의 사례에서 확인되었다. 멀리 볼 필요도 없다. 지나온 남북관계사만 보더라도 그것이 얼마나 허망한 탁상공론 인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결론은 통일로 가기 위해서는 ‘화해협력’의 1단계에 앞서 체제 동질성을 제고 시키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화해협력 단계가 그걸 위해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도 있을수 있지만, 유사성이 옅을 경우 자유왕래· 화폐 통합과 같은 고차원적 길은 고사하고 교류협력 초보단계로 가는 것도 힘든 게 경험적 사실이다.
따라서 0단계로 ≪북한체제 정상화 과정≫을 추가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이 동독주민들처럼 스스로 남북통일을 원하게 하는게 필요하다. 필자는 북한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과정으로 비핵화·자유화·시장화·세계화· 친한화의 ‘5화 전략’(상세 내용은 2022.4.15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참조)을 제시한 바 있다.
국내통일이 먼저
새 통일방안 구상은 당연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지성과 전문학자들의 몫이다. 그렇지만 가능한 많은 국민들이 참여하는 형태로 진행하는 게 좋다. 그래야만 정당성은 물론 강한 추진력, 영속성을 가질 수 있다. 아이디어 공모, 국내외 순회 공청회, 주요국 학자 자문 등의 과정을 거치면 좋겠다.
특히 이런 기회를 통해 국민들이 북한체제의 이중성·위험성, 그리고 통일이 국내 외의 복잡한 변수가 작용하는 지난한 과제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오랜 기간동안 상상 속의 보고 싶은 북한, 소망성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렸다. 이로 인해 안보태세가 걱정스러울 정도로 허물어졌다. 국민들에게 실상을 제대로 알리고 자신감도 심어주는게 급선무다.
“국가의 평안함과 위태로움은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지, 힘이 강하고 약함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安危在是非 不在於强弱)라는 한비자의 말이 떠오른다. 아무쪼록 이번 논의가 바른 대북관·통일관의 모멘텀이 되기를 기원해 본다.
통일은 과정이고 현실이다.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된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모든 시나리오를 상정하여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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