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2-28 07: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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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와 드라마, 예능프로그램 등을 시청하고 유통한 북한 고위간부의 자녀가 최근 공개처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근거로 공포정치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5일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순께 20대 여성 A 씨와 남자친구 B 씨가 평성시 문화동 모처에서 공개총살을 당했다.
처형된 A 씨는 평안남도 도 보위국 정치부장의 딸로 한덕수평양경공업대학을 졸업하고 식료 공정과 관련된 일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향인 평성으로 내려와 아버지가 소속돼 있는 도 보위국 산하의 생산 기지에 8.3(행정상 기관에 소속돼 있지만 매달 일정한 금액을 납부하고 출근하지 않는 행위)으로 이름만 걸어 놓고 사실상 무직 상태였다고 한다.
그와 함께 처형된 남자친구 B 씨는 노동자 가정의 자녀로 이과대학 자동화학부를 졸업한 컴퓨터 기술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채널A ‘서민갑부’ 등 한국의 음식 문화가 담긴 예능프로그램을 즐겨봤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메뉴를 개발해 음식 장사를 할 생각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점차 많은 종류의 한국 영상물을 접하면서 영상물 자체를 복사해 유통하는 사업으로 돈을 벌어왔다.
이들에 대한 공개재판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영상물을 복제하기 위해 중국산 컴퓨터를 들여왔으며, 사진 편집 및 인쇄를 전문으로 하는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외부 영상물, 인쇄물을 복사해 전문 유통 사업을 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실제로 데일리NK가 지난해 1월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에 따르면 법 27조는 ‘남조선(남한)의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등을 직접 보고 듣거나 보관한 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고, 콘텐츠를 유입하고 유포한 자는 무기노동교화형이나 사형 등 최고형에 처한다’고 적시돼 있다.
특히 북한 당국은 이들이 해외에서 컴퓨터를 들여왔음여도 불구하고 보위부에 신고하지 않고 영상물을 불법 복제까지 할 수 있었던 것은 도 보위국 고위간부였던 A 씨 아버지의 비호 때문이라고 판결했다.
A 씨의 아버지는 원래 행정간부로 일하다 반동 및 반체제 인물을 척결하는 데 앞장섰다는 평가를 받고 보위부로 승진한 사람이라고 한다.
결국 이 일로 A 씨는 공개처형됐고, 그의 아버지 도 보위국 정치부장과 다른 가족들은 목숨은 건졌지만, 관리소(정치범수용소)행 처벌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또 20여 명의 유통 조력자, 보위원 등도 이번 공개처형 현장 맨 앞줄에 세워졌는데, 총살형이 집행된 직후 이들도 불법 영상물 유통에 가담하거나 이를 묵인했다는 이유로 그 자리에서 체포됐다.
앞서 북한 당국은 인민반, 안전부, 검찰소 등 기관별로 일정 인원 이상 공개재판에 반드시 참석시키라는 지시를 내렸고, 이에 따라 300여 명의 주민이 현장에서 형이 집행되는 것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외부 영상물 반입 및 유통을 근절하기 위한 강력한 단속이 계속되고 있다”며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단속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주민들의 불만이나 비법(불법)을 다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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