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2-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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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근 한 달 만에 무력 시위를 재개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7일 "오전 7시 52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새해 들어 지난달에만 일곱 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이 지난 4일부터 20일까지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간을 전후로는 잠시 조용하더니 올림픽 폐막 일주일 만에 또 군사 도발을 감행한 것이다.
미사일의 비행 거리는 300㎞, 고도 620㎞로 분석됐다. 청와대는 북한이 지난달 30일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12형'을 발사한 지 28일 만에 다시 무력 시위를 벌이자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회의를 열어 "엄중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번 도발은 특히 국내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열흘 앞두고 있고,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정세의 불안이 급격히 고조되는 예민한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이 더욱 주목된다.
북한이 이 시점에 미사일을 발사한 속내는 확실치 않다. 다만 지금이 미국을 압박하기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의 도발은 대부분의 경우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재촉하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려는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수십 년간 지속된 국제적 고립과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대미 관계 개선과 미국 등 국제 사회의 체제 안전 보장이 시급한데 과거 미국 오바마 정부 시절의 '전략적 인내'와 같은 상황의 재연은 끔찍할 것이다. 벼랑 끝 전술이나 전쟁 위기 고조와 같은 무리한 방법을 써서라도 꽉 막힌 국면을 타개하겠다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생각인 듯하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는 좋은 기회로 인식됐을 것이다.
초강대국 미국이라도 두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정설이다. 서방과 러시아가 대치 중인 동유럽 외에도 대만, 중동 등 세계 곳곳에 지뢰밭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한반도 불안까지 고조되는 것은 미국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노렸을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라는 것도 미묘하다. 국내 정치에 개입하려는 의도라면 우리 국민의 수준으로 볼 때 오판으로 귀결될 것임이 틀림없다. 그렇더라도 남북 관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남은 선거운동 기간 남북 대화, 북핵 등 대북 안보·평화 이슈 논의가 활발해질 공산은 커졌다.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든 이런 방식이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시대착오적이다. 잠깐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할지 모르겠으나 궁극적으로는 북한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할 뿐이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면 미국이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인데 북미 관계는 그렇게 풀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대화의 손길을 맞잡고 협상 테이블로 나오는 것만이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실패로 끝난 전임 정부의 방식을 폐기하고 명분과 조건에 집착하지 않는 실용적인 대북 접근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이 의지를 보이는 만큼 북한도 미국의 새 대북 정책에 대화를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 있다면 당당하게 수정을 요구하고,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내는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떼를 쓰듯 시도 때도 없이 무력 도발을 해서야 설사 향후 대화의 장이 열리더라도 상호 신뢰에 기반한 무게감 있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겠나. 우리 정부, 그리고 여야 대선 후보들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면서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의도와 관계없이 상황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재발 방지를 강력히 촉구하는 한편 남북 관계 개선 방안을 놓고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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