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곳곳에 전선 펴는 미국…북한, 틈을 노리다
  • 관리자
  • 2022-04-21 08: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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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ICBM발사 재개 카드 내밀며 미국 다전선전략 위협

(서울=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동북아시아, 중동에서 러시아, 중국, 이란 등과 전선을 펼치며 대립하는 가운데 북한이 그동안 중단했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의 재개를 시사하며 틈을 파고들고 있다.

미국이 추가 대북제재를 발표한지 1주일만에 북한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라는 시점에 맞춰 지난 3년 9개월 동안 유지해온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의 철회 가능성을 내비치며 미국의 다전선 전략을 위협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일촉즉발 상황…미 대응 관철 미지수

러시아는 점점 유럽연합(EU)과 연계를 강화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추구하는 우크라이나를 방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군사적 움직임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특히 2014년 러시아인의 인구 비중이 높은 크림반도를 병합한데 이어 우크라이나의 돈바스 지역까지 러시아연방에 끌어들이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경에 약 10만 명의 병력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정보 당국은 러시아가 이르면 올해 초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전에 결코 본 적이 없는 제재에 직면할 것이라며 러시아의 은행이 '달러'를 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초강력 금융제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유럽국가와 NATO가 일사불란하게 미국의 대응에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돈바스 지역에 국한된 러시아의 행위를 국지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미온적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은 "러시아의 경제규모가 커진 상황에서 유럽국가들도 주판알을 튕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공격 강도에 따라 대응수위가 다를 것이라는 식의 언급을 한 것도 이런 상황에 대한 고민이 담긴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중 경쟁 속 중러 결속 강화…푸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

여기에다 미국을 더 어렵게 하는 대목은 중국과 갈등이다.

미중경쟁이 가속하는 가운데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중국과 러시아의 정치·외교적 연대가 강화하는 양상이다.

미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국제사회의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을 주도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이 다음 달 4일 개막식에 참석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자연스럽게 양 정상의 논의는 대미전선을 공고히 하는 쪽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화상으로 열린 정상회담에서도 양 정상은 "중·러 양국은 더욱 많은 연합 행동을 전개해 쌍방의 안보 이익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호해야 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서방의 제재와 압박에 대항한 양국의 전략 공조와 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미국은 남태평양, 대만해협, 인권 등 다양한 이슈에서 중국과 갈등과 경쟁 관계를 이어가고 있으며 '공급망 전략'을 통해 중국의 경제발전 속도를 제어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작년 한 해 해외의 개인과 기관 등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765건 중 중국이 70건에 달하는 것도 이런 의도와 맞닿아 있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시작해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까지 이어지는 대중국 견제의 흐름 속에 미중경쟁과 갈등은 당분간 미국의 외교적 상수가 될 전망이다.

◇이란 핵합의 복원도 중동의 불씨 될 수도…중러, 중동 영향력 확대

또 바이든 행정부가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이란 핵합의안(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중동지역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도 있다.

JCPOA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뜻을 증명하기 위해 기존에 보유한 농도 2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을 희석하거나 국외로 내보내야 한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유발 스타이니츠 이스라엘 에너지 장관은 3일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란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면 6개월 안에 핵폭탄 개발이 가능한 수준의 우라늄 농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고, 아비브 코하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란의 핵 시설 타격을 위한 작전 계획 수립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의 반발을 살 뿐 아니라 합의 복원협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 때 일방적 파기의 아픔이 있는 만큼 미국의 신뢰담보와 더불어 제재 해제와 비핵화의 단계를 맞춰가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핵문제를 닮아가는 모양새다.

또 이 틈바구니를 중국과 러시아가 파고들고 있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대미 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10∼14일 중국을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오만·바레인 등 걸프협력회의(GCC) 4개 회원국과 터키, 이란 등 총 6개국 외교장관과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서 잇달아 만나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추구하고 있다.

◇北, 모라토리엄 재고…핵실험·ICBM 발사 가능성 커져

미국의 전선이 유럽과 아시아, 중동으로 넓게 펼쳐지며 동분서주하는 사이에 북한이 다시 움직이며 대미 전선을 구축할 태세다.

북한 노동당은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제8기 제6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미국의 날로 우심해지고 있는 대조선 적대행위들을 확고히 제압할 수 있는 보다 강력한 물리적 수단들을 지체 없이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국방정책과업들을 재포치했다"고 매체들이 밝혔다.

이어 "우리가 선결적으로, 주동적으로 취하였던 신뢰구축조치들을 전면 재고하고 잠정 중지했던 모든 활동들을 재가동하는 문제를 신속히 검토해볼 데 대한 지시를 해당 부문에 포치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4월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핵실험장을 폐기하고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던 이른바 '모라토리엄 선언'을 되돌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구체성 있는 북미간의 합의 없이 지낸 지난 4년간 북한이 대량파괴무기(WMD)에서 쌓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행동조치들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전장이 차려지는 셈이다.

북한의 행동조치에 미국은 유엔 제재 등 징벌적 조치로 맞설 가능성이 큰데 현재 국제질서가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새해 들어 잇따르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미국은 미사일 개발 관련자들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대상에 추가하기 위한 회의를 20일(현지시간)에 소집해 개최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전선을 펼치고 있고, 지리적으로 이들 국가와 맞닿아 있어 북한의 새로운 무력시위 가능성을 키우는 셈이다.

북한 매체는 정치국 회의 소식을 전하면서 "현 조선반도 주변정세와 일련의 국제문제들에 대한 분석보고를 청취하였다"고 전했는데 현재 미국이 처한 상황과 국제정세의 흐름에 대해 평가하고 결정한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앞으로 북한이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핵실험이나 ICBM 발사까지 이어갈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일치된 목소리를 내고 압박을 이어가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 추진한 미중수교는 사회주의 두 대국인 중국과 구소련을 분리해 종국적으로 구소련의 붕괴를 촉진할 수 있었다. 과연 미국의 다전선 전략이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이끌 수 있을까. 아직은 물음표를 지울 수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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