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실험 징후 뚜렷…무력도발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 관리자
  • 2022-03-29 06: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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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실험 징후가 뚜렷해지고 있다. 한미 군·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 일부를 복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입구가 폭파된 3번 갱도의 옆구리를 뚫어 새 통로를 내는 공사가 진행 중인데 한 달 정도면 실험이 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한반도 해빙 무드가 완연하던 2018년 5월 외신 기자들을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의 4개 갱도 중 1차 핵실험으로 오염돼 폐쇄됐던 1번 갱도를 제외한 나머지 3개의 입구를 폭파하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핵실험 중단 의지를 과시한 바 있다. 북한이 지난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데 이어 핵실험까지 강행할 경우 국제사회의 인내도 한계에 이를 전망이다. 

북한이 4년 전 스스로 천명한 핵실험·ICBM 발사 유예(모라토리엄)를 파기하면서까지 무력 도발을 노골화하는 것은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미국의 행동을 재촉하고 샅바 싸움에서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이지만 도발 강도에 비례해 국제 사회의 여론도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의 거침 없는 행보에는 갈수록 블록화하는 국제 질서도 한몫하고 있다. 소련 붕괴 이후 다극화 양상을 보이던 국제 사회는 중국의 부상으로 미·중 간 패권 경쟁이 가열되고 동유럽을 사이에 둔 서방과 러시아의 세력 다툼까지 첨예해지면서 신냉전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갈수록 공고화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가 지난 26일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이다. 이 회의에서 한국을 포함한 대다수 이사국은 북한의 ICBM 발사가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지적했지만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결국 언론 성명조차 채택되지 못했다. 

이전에는 두 나라가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해 비난 수위를 조절하는 정도의 역할만 했고 때로는 북한에 자제를 요청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이기도 했으나 이번에는 아예 북한을 한 몸처럼 감쌌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 진영 간 갈등이 커지는 시기를 틈타 무력 과시를 통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기라는 점을 고려해 남측 새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과 의지를 시험하는 효과도 노렸을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ICBM 발사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자리에서 "우리는 강해져야 한다"면서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당분간 강성 기조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 사회로부터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고립과 경제난에서 탈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무력 도발에 집착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하고, 결국 자신을 스스로 옥죄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과거 '벼랑 끝 전술'을 통해 협상을 끌어낸 경우도 있긴 하나 지금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그런 접근법이 실제로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국제사회의 상식과 규범에 어긋나는 힘자랑과 떼쓰기로 얻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상호 신뢰에 기반하지 않은 협상은 쌓아봤자 자꾸 허물어지는 모래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이미 일정 수준의 핵 능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도 이런 인식의 토대 위에 북한에 대화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의 약속을 뒤집고 7차 핵실험까지 강행할 경우 협상보다는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서까지 동조적 태도를 보일지도 미지수이다. 북한 지도부가 오판으로 더 큰 무리수를 두는 일이 없길 바란다. 무엇보다 한반도 평화와 민족 생존을 위해 이성과 냉정을 되찾고 하루속히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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