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2-11 07: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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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그제(7일)부터 ‘북한이탈주민 안전지원팀’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일단 지난달 1일 발생한 월북자 사건에 대한 통일부의 대응책이라고 내놓은 게 고작 자리 늘리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이름으로 또다시 탈북민을 기만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리 정보 당국은 월북자에 대한 명확한 진상조사도 없이 대공 용의점이 없다고 발표했다. 3m 높이의 철책을 제집 드나들 듯이 훌쩍 뛰어넘어 지뢰밭을 헤치고 유유히 사라졌는데도 말이다. DMZ를 두 번이나 무사통과하는 루트를 개척한 것만으로도 대공용의점은 충분한 것 아닌가. 그런데도 정부는 그를 한국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탈북민의 문제로 몰아간다.
2019년 8월 탈북민 모자가 굶어 죽는 비극적인 일 뒤에도 통일부는 역시 복지사각지대에 대해 보완하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그때로부터 달라진 게 있을까?
통일부가 발표한 안전지원팀의 업무는 △위기 상황 예방, △취약계층 실태조사와 지원 연계, △거주지 보호 지원 등의 업무라고 한다. 지금 지원인력이 모자라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가?
하나원, 하나재단, 하나센터 등 탈북민 관련 기관과 인력, 예산 모두 넘쳐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 들어오는 탈북민은 그 숫자가 현저히 줄고 있다. 한 해에 3,000명 입국을 기준으로 만든 시스템인데, 현재 국내입국 탈북민 수가 60명 정도에 불과하다. 유명무실한 기관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그런데 또 옥상옥으로 취악계층을 위한 안전지원팀을 만든 것이다. 그러면 하나센터에서 취약계층으로 분류해 지원하는 업무는 왜 하는지 묻고 싶다.
하나센터의 기본 업무는 초기집중교육을 비롯해 신규전입자에 대한 지원과 사례관리다. 현재 신규전입자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코로나로 인해 기존 탈북민들과의 대면 사업도 하지 않는다. 하나센터로 지정되면 3년간 운영을 하는데, 연속 지정에 제한도 없다.
심지어 일부 특정기관은 10여 년 이상 하나센터로 지정되어 운영된다.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보다는 통일부 눈치보기로 센터 지정 연장에 더 관심을 둔다. 예산이나 역량 면에서 더 나은 단체가 새로 일을 해 보려 해도 진입장벽에 가로막혀 있다. 특별히 눈에 띄지 않게(?) 하나재단 고액 연봉자들에게 적당히 비유만 맞추면 하나센터 사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구조다.
하나센터는 직원 채용 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요구한다. 탈북민 정착지원 관리업무는 사회복지 시스템에 기반해 사례관리라는 걸 한다. 하나센터 평가 역시 사회복지 전공 교수들이 한다. 오히려 현재 북한 관련 전공자는 하나센터와 무관하다. 탈북민 출신 직원들은 극히 소수이며 임원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탈북민 정착관리 업무를 하면서 사회복지 시스템을 원용할 거면 보건복지부에서 하면 될 일이지, 왜 굳이 통일부에서 이 일을 하는가? 기초 지자체마다 촘촘하게 설치된 주민센터를 기반으로 행안부에서 이 업무를 담당해도 된다. 결국 통일부 예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탈북민 지원 관련 예산과 조직을 갖고자 하는 부처이기주의가 낳은 결과다.
힘없는 일개 시민이라 정보공개를 요청하기도 어려우니, 국민을 대표해 일하라고 뽑아놓은 분들이 대신 좀 파악해 제대로 밝혀주시기를 간절히 부탁드린다.
– 통일부 전체 예산 중 탈북민 관련 예산이 얼마인지?
– 현재 국내 입국한 35,000명의 탈북민을 정책 대상자로 하는 하나원, 하나재단, 하나센터의 예산과 인력이 몇 명인지?
– 2020년과 2021년 국내 입국 탈북민 수가 몇 명인지?
– 전국 25개 하나센터의 신규전입자 수가 월별로 몇 명인지?
– 통일부 내 북한이탈주민 관련 업무자가 사회복지 업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 이번 월북자가 대공용의점이 없다는 건 어떤 기준인지?
– 월북자가 아닌 굳이 “탈북민 월북자”로 표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제발 이번 사안이 탈북민의 정착지원 제도 개선이라는 이슈로 몰아가며, 또 통일부 일자리 늘려주기로 끝나지 않고 제대로 진상 파악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현 정권이 평화쇼에 몰두하며 김정은의 눈치를 보느라 탈북민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고서는 이제 와서 탈북민을 마치 부적응자로 몰아가는 행태를 결코 지켜볼 수만 없다. 우리 곁에 온 그들은 지금 이 순간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당당히 그리고 부끄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강동완 동아대 교수/전 부산 하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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