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기반 강화보다 대화 복원이 北경제 살릴 길이다
  • 관리자
  • 2021-10-30 11: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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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국정원이 28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밝혔다. 집권 10년을 맞은 김 국무위원장이 선대 사상인 김일성·김정일주의와 동급인 독자적 사상 선포를 통해 유훈 통치를 벗어나 본격적인 정치적 홀로서기에 나선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다. 

또 북한 관영매체들이 김 위원장에게 '수령'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16일 자 노동신문에는 "혁명의 위대한 수령이신 김정은 동지를 결사옹위"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수령은 그동안 김일성 주석에게만 허용된 호칭이고 김 위원장의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에 이를 쓰지 못했다. 

올해 초 8차 당 대회에서는 회의장 정중앙의 김일성·김정일 초상화도 사라졌다. 취임 초 할아버지 김일성의 옷차림과 제스처를 흉내 냈던 김 위원장이 집권 10년 차를 맞아 독자적 권력 기반을 확고히 했음을 보여주는 방증들이다.

김정은주의와 수령 호칭 사용 등은 대북제재와 코로나 국경 봉쇄 장기화에 따른 경제난으로 인한 체제 불안을 해소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지난 10년간 세습 정치를 벗어나려고 당을 통한 인민 민주주의 방식 통치를 내걸며 나름의 방식으로 권력을 장악해온 김 위원장이지만, 2차 북미 대화 결렬과 제재 강화, 코로나 여파로 인한 경제난으로 북한 주민들의 실망과 불만이 고조되고 있어, 이를 잠재우기 위해 사상적 통치기반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한의 경제난에 대해 "나락 한 톨까지 확보하라. 밥 먹는 사람은 모두 농촌지원에 나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코로나 국경봉쇄가 얼마나 심하면 올해 1월 평양주재 중국대사로 내정된 왕야쥔 대외연락부 부부장이 아직도 취임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경제의 목줄인 북중 무역은 전년 대비 3분의 1토막이 났다. 북한은 세계 보건기구에 '코로나 환자 0명'이라고 보고해왔지만, 의심 환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백신은 없는데 의심 환자는 나오니 북한의 선택지는 철저한 국경봉쇄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정치적 수령 지위를 확보한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수령이 된다거나 김정은주의 사상을 선포한다고 해서 북한의 현실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내부 체제 결속의 효과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북한이 작금의 경제난을 해소하고 코로나 공포에서 벗어나려면 남북 대화 복원 노력에 호응하고 국제사회의 방역 흐름에 동참하는 편이 훨씬 현실적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마중물로 '종전선언'을 내놨고, 미국도 논의를 함께하고 있다. 대북 적대시 정책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치를 통해 북한을 일단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유럽순방을 위해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이 로마교황청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나 교황 방북을 논의한 것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려는 포석의 의미가 짙다. 북한은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선결 조건으로 한미연합훈련 폐지와 광물질 수출 및 석유 수입 허용 등과 같은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비핵화 진전이 없이는 제재 해제도 없다는 한미의 입장과 상충된다. 다만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개인적 견해라면서 밝힌 '선결 조건 없는 대화 가능성'이 어느 정도 무게가 실린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현직 국정원장의 언급인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북측이 29일 체제 홍보 및 교육용 사이버 대학인 김일성방송대학 홈페이지 '우리민족강당' 코너에 정전협정을 '적대적 군사행동을 정지할 데 대한 교전 쌍방의 합의'라고 개념을 소개한 것 역시 대화 복원의 우호적 실마리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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