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2-10-24 07: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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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수사가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의 구속으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법원은 지난 22일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은 2020년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지자, 이를 자진 월북 사건으로 몰아가기 위해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비롯한 관계기관장들이 모의해 사건 관련 기밀을 은폐하고 증거를 조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 전 장관은 자진 월북 판단과 배치되는 군사 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에서 삭제하고 사건 관련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기재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피격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김 전 청장 역시 사건 관련 보고 내용을 왜곡하고 자진월북이라고 발표하도록 했다고 당국은 밝혔다.
지난 6월 검찰이 이 사건 수사를 시작한 이후 관계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사건의 실체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문재인 정부 인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잃게 되면서 검찰의 '윗선'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조만간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을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대북 정책의 최정점에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감사원은 지난달 전화 통화와 이메일로 문 전 대통령 측에 서면 조사를 요구했지만 문 전 대통령 측은 "무례하다"며 거부한 바 있다.
두 사람의 구속을 접한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법원이 서해 공무원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한 것"이라면서 "종북과 친북 사이를 넘나든 그들이 대한민국을 망쳤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문 전 대통령을 향해 '월북몰이'에 앞장섰다며 당국의 조사에 적극 응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검찰이 위기에 빠진 윤석열 정권을 지켜내기 위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조작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공교롭게도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을 거론하면서 검찰이 조작 정권의 하수인이 됐다고 성토했다.
서해 피격 사건은 공무원이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목숨을 빼앗긴 비극적인 사건이다. 국민이 바다에 표류하고 있을 때 정부가 어떤 조치를 했고, 숨진 뒤 정부가 자진월북이라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또 그런 결론이 도출되고 발표되는 과정에서 남북관계 영향 같은 정치적 판단과 조직적인 증거 조작이 개입됐는지가 사건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이다.
그 실체를 밝혀내기 위해선 반드시 성역 없는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조사 대상에선 그 누구든 예외가 있을 수 없다. 그럼에도 벌써 여당에선 '종북', 야당은 '조작'이라며 사건의 실체를 단정하고 전·현직 대통령을 겨냥하고 나섰다. 서해 피격 사건 수사가 정쟁의 소재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국회는 이번 주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를 마무리한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부터 최근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까지 국감이 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정쟁국감'만 남았다는 조소가 나온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라도 여야는 서해 사건 수사를 정쟁의 한복판에 끌어들이는 일만큼은 자제해야 한다.
여든 야든 일단 검찰의 수사 상황을 지켜보면서 북핵 및 경제위기 해소와 예산 심사에 진력하는 게 옳다. 검찰도 '야당 탄압'이라는 민주당의 반발을 고려해서라도 공평무사한 수사로 사건의 진실규명에 접근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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