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2-09-21 07: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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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북한은 이른 봄부터 고온과 가뭄에 시달리고 물 부족으로 모내기가 많이 지연되었으며, 이어진 장마와 기록적인 폭우까지 겹치면서 일부 논이 훼손되는 등 올해 벼농사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을 것으로 일찌감치 전망되었다.
이제 추석도 지나서 가을 추수를 앞두고 늦더위와 함께 벼 알곡이 한창 무르익어야 할 시기에 이르렀다. 9월 중순, 북한 논의 벼 생육상태를 살펴보고자 위성영상으로 확인해 보았다. 영상은 유럽우주청(ESA)에서 운영하는 센티넬-2B호가 9월 12일 촬영한 자료(해상도 10m)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다. 영상분석결과, 봄철 모내기 부진과 이어진 장마 및 폭우로 훼손된 논 지역이 상당 부분 복구되지 못하였고, 벼 생육도 부진한 것으로 여러 곳에서 파악되었다.
그림 1에서 평양 만경대구역을 살펴보면, 논 지역에서 가운데가 듬성듬성 패이고 논벌 개흙이 드러난 게 여러 곳에서 여실히 보인다. 모내기가 많이 부진했거나 기록적인 폭우로 볏모가 떠내려가는 등 피해로 논이 상당 부분 유실되고 복구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림 1에서 노란 실선은 북한 논 구획을 나타내는 GIS 자료이다. 국립농업과학원에서 만든 자료를 귀하게 협조받았다.
그림 1. 평양 만경대구역 논의 모습이다. 논이 훼손되어 흙바닥이 드러난 갈색 지역이 여러 곳에서 식별된다. /사진=센티넬-2B호 영상분석방법
논의 훼손 또는 벼 생육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영상분석으로 식생지수(NDVI) 처리기법을 이용하였다. 인터넷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영문판(2022.09.16.검색)에 의하면, 위성영상의 식생지수는 지표식생의 유무와 생장 상태를 유추할 수 있는 지표로써 분석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1에서 +1 사이 소수점의 값을 갖는다. 식생지수 0.3~0.8의 값은 정상적인 생육상태를 나타내고, 0.1~0.2는 식생이 없는 ’Soils(흙)’ 즉, 맨땅이 드러난 곳을 나타낸다고 한다. 이러한 식생지수 값의 특성을 활용하여 북한 논의 훼손실태와 벼 생육 상황을 센티넬-2B호 영상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영상분석 및 처리 기준을 약술하면 다음과 같다. 9월 12일 촬영한 위성영상에서 북한 논 지역에 대해 식생지수 값을 산출하고, 값이 0.3 이상은 벼 생육이 정상인 지역으로, 0.2 이하는 식생이 없는 맨땅 즉, 논이 훼손되고 벼가 유실된 지역으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0.2~0.3 사이의 값은 벼가 일부 자라긴 하되 생육이 비정상인 부실한 지역으로 구분하였다.
결과
위에 기술한 방법과 기준으로 식생지수를 이용하여 평양시 만경대구역 논 지역에 대해 분석한 결과를 나타내면 그림 2와 같다. 논이 훼손되어 흙바닥이 드러난 지역이 그림 2에서 붉은색으로 표현됐는데, 그림 1과 비교하여 육안으로 면밀히 살펴보면, 훼손된 지역이 제대로 잘 구분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녹색 지역에서 육안 구분이 쉽지는 않지만, 벼 생육이 부진한 (녹색이 흐릿한) 지역은 노란색으로 나타내었다. 인간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렵지만, 컴퓨터는 미세한 차이의 식생지수 0.2~0.3 지역을 구분할 수가 있는 것이다. 미세함과 정밀함에 있어서는 기계가 인간 눈을 능가하는 강점을 갖는다. 그리고 벼 생육이 정상인 지역은 그림 2 컬러범례에 녹색으로 표기하였지만, 영상에서는 논 자체 모습이 보이도록 (색상 가림 없이) 도시하였다.
그림 2. 평양 만경대구역 논의 벼 생육상태를 식생지수 분석을 통해 ① 정상, ② 부진 또는 ③ 훼손 지역 셋으로 나누었다. /사진=센티넬-2B호 영상분석그림 2의 식생지수 분석결과를 범례에 따라 항목별로 논 면적 대비 비율(%)을 계산해서 정량적으로 나타내면 표 1과 같다.
표 1. 평양 만경대구역 논 지역 벼 생육실태
표 1을 보면, 평양시 만경대구역에서 벼 생육이 정상인 논은 63% 정도에 불과하고, 9.8%의 논이 훼손되었으며, 27.3%의 논에서 벼 생육이 부실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10% 가까운 논이 훼손된 것이다. 참고로 단순한 산술 가정이지만, 벼 생육이 부진한 논의 수확률이 50%에 그친다고 가상한다면, 평년 수확과 비교할 때 평양시 만경대구역에서는 이번 가을 -23.5%의 벼 수확 손실이 우려된다(즉, 벼 생육 부진 27.3%×0.5+논 훼손 9.8%=23.5%).
최고 존엄을 모시고 사는 혁명의 성지 평양에서 올해 논농사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으로 남는다. 지난 모내기 철에도 평양지역 모내기가 특히 부진했던 것으로 분석되었는데(데일리NK 6월 21일 보도), 이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 하겠다. 그렇지만, 여타 지방보다 물자나 자재공급 등 여건이 양호했을 평양에서 더군다나 무엇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수도에서 무슨 연유에서 논농사가 부실한 건지는 좀 더 살펴봐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황북 봉산군-은파군 논 지역에 대해서 식생지수를 분석하였고, 결과를 그림 3과 표 2에 나타내었다.
그림 3. 황해북도 봉산군-은파군 논의 벼 생육상태를 식생지수 분석을 통해 ① 정상, ② 부진 또는 ③ 훼손 지역 셋으로 나누었다. /사진=센티넬-2B호 영상분석표 2. 황해북도 봉산군–은파군 논 지역 벼 생육실태
그림 3의 황북 봉산군-은파군에서도 논이 훼손되어 벼가 자라지 못하고 흙바닥이 드러난 지역이 여러 곳 식별되었으며, 논의 3.8%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표 2에서 벼 생육이 정상인 논은 70% 정도이며, 벼 생육이 부진한 논은 26.6%인 것으로 산출됐다. 평양 만경대구역 분석과 마찬가지로 생육이 부진한 논 수확률을 반타작 즉, 50% 정도라고 가정한다면, 평년 수확과 비교할 때, 황북 봉산군-은파군 논에서는 -17.1%의 벼 수확 손실이 추정된다(=벼 생육 부진 26.6%×0.5+논 훼손 3.8%=17.1%). 평양 만경대구역보다 그래도 상황이 조금 나아 보인다.
그림 4와 표 3에는 황해남도 재령평야 논 지역에 대해 식생지수를 분석하고, 결과를 나타내었다.
그림 4. 황해남도 재령군 논의 벼 생육상태를 식생지수 분석을 통해 ① 정상, ② 부진 또는 ③ 훼손 지역 셋으로 나누었다. /사진=센티넬-2B호 영상분석표 3. 황해남도 재령군 논 지역 벼 생육실태
황남 재령군 지역은 앞의 두 지역보다 논농사 상황이 양호하여 벼 생육이 정상인 지역이 7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아직 80%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표 3에서 훼손된 논은 3.5%, 벼 생육이 부실한 지역은 18.3%인 것으로 파악된다. 앞의 두 지역 분석과 마찬가지로 생육 부진 논의 수확률을 50%로 가상하면, 황남 재령군 논에서는 평년 수확 대비 -12.7%의 벼 수확 손실이 우려된다(=벼 생육 부진 18.3%×0.5+논 훼손 3.5%=12.7%).
이어서 평안남도 순천시 논에 대한 식생지수 분석결과를 그림 5 및 표 4에 나타내었다.
그림 5. 평안남도 순천시 논의 벼 생육상태를 식생지수 분석을 통해 ① 정상, ② 부진 또는 ③ 훼손 지역 셋으로 나누었다. /사진=센티넬-2B호 영상분석표 4. 평안남도 순천시 논 지역 벼 생육실태
평남 순천시에서는 벼 생육이 정상인 곳이 70.3%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4). 논의 2.5%가 훼손되었고, 벼 생육이 부실한 지역은 27.2%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앞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생육 부진 논 수확률을 50%로 가정하면, 평남 순천시 논에서는 예년 대비 -16.1%의 벼 수확 손실이 예견된다(=벼 생육 부진 27.2%×0.5+논 훼손 2.5%=16.1%).
종합
위의 네 지역(평양 만경대구역, 황북 봉산군-은파군, 황남 재령군 및 평남 순천시) 논 분석결과를 종합하였으며, 9월 12일 기준 벼 생육실태를 평균하여 표 5에 나타내었다.
표 5. 네 지역 논(평양, 황남, 황북, 평남) 평균 벼 생육실태
위성영상에서 구름 낀 날이 많은 관계로 표본 지역을 위의 4곳으로 제한하여 분석하였는데, 표 1~4를 종합하고 평균한 결과, 벼 생육이 정상인 지역은 70.3%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표 5에서 훼손된 논은 4.9%이고, 벼 생육이 부진한 지역은 25%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었다. 지역별로는 평양 만경대구역 벼 생육이 가장 저조하였으며, 황북 봉산군-은파군에 이어 평남 순천시 그리고, 황남 재령군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앞의 분석과 마찬가지로 생육이 부진한 논의 벼 수확률이 평균 50%일 것으로 단순 가정한다면, 올해 북한 논에서는 예년 대비 -17.4%의 손실이 예상된다(즉, 벼 생육 부진 24.9%×0.5+논 훼손 4.9%=17.4%). 여기에서 추정오차를 10%로 넓혀주면, -15.7%~-19.1%(=17.4%±1.74%)의 범위에서 올해 북한 벼 수확이 평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조심스레 전망해 본다.
맺음말
농사 작황 실태를 분석하고 수확량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과제이며, 위성영상만으로는 파악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강수 및 기온 등 기상자료는 물론이고 토양과 벼 이삭의 샘플과 농약 및 비료 시비 정도 그리고, 거기에 더해 영농기술과 방법 등 그 밖에도 많은 변수자료를 넣고 함께 종합 분석해야 하는데, 그것도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북한 작황 실태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유엔 등 국내외 내로라하는 전문 기관에서 분석하고 연말이나 연초면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관마다 때로는 다른 결과와 수치를 공표하기도 하여 혼란을 줄 때가 종종 있다. 그만큼 자연 현상은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것이라서 단순 산술 기계분석으로는 파악 및 예측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에 속하는 일이며, 하늘만이 정답을 아실 것이다.
기상예보도 맞는 경우와 안 맞는 경우가 있지만, 작황 예측은 기상예보보다 훨씬 어려운 처리 과정과 기법을 요구한다고 본다. 최근 과학기술이 발달하여 빅데이터 및 기계 학습 처리기법 등 신기술 분석법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작황 예측 기술이 개발된 건 아니다. 신뢰할 만한 수준의 기법이 개발된다면, 현대 과학기술의 개가가 될 것이며, 유력한 노벨과학상 후보감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번 연구칼럼에서는 올해 북한 벼 수확이 평균 –17.4%(오차범위 –15.7%~-19.1%)의 평년 대비 손실이 예상된다고 추정하였지만, 어디까지나 위성영상만의 분석과 단순한 산술 계산에 따른 것이며, 결과가 실제와 다를 수도 있어서 여간 조심스럽고 망설여지는 게 아닐 수 없다. 틀린 부분이 있다면 이는 오롯이 글쓴이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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