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코로나 오판과 '대동란' 그리고 의료지원
  • 관리자
  • 2022-05-26 07:4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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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외면으로 어려움 가중…사망자 10만여명 발생 가능성

국제사회 지원 '신속·대규모로 이뤄져야…北, 지원 적극 수용 필요

전 세계가 엔데믹을 향해 달려가는 시기지만, 북한에서는 뒤늦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혼란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14일 노동당 정치국 협의회를 주재하고 "악성 전염병의 전파가 건국 이래의 대동란"이라고 토로하면서 강력한 방역투쟁을 주문했다.

북한에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국가비상방역사령부가 발표한 유증상자 숫자는 13일(발표일 기준) 1만8천여명, 14일 17만4천여명, 15일 29만6천여명, 16일 39만여명으로 지속해서 늘고 있다.

이번 확산의 대세종은 BA.2라고 북한은 밝히고 있는데, 기존 오미크론보다 전파력이 30∼50%가량 센 것으로 알려졌을 뿐 아니라 진단검사에서 다른 변이체보다 검출하기가 훨씬 어려워 '스텔스 오미크론'으로 불린다.

김 위원장은 일요일인 15일에도 당 정치국 협의회를 열고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을 분석하고 인민군의 군의(軍醫)부문을 투입해 평양시의 의약품 공급사업 안정화를 지시했다.

특히 의약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대해 검찰 등 사법기관을 질책했다.

하지만 사실 이번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은 북한 최고지도부의 오판에서 비롯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자 2020년 2월 북한은 땅길과 바닷길, 하늘길 등을 모두 차단하고 문을 닫아걸었다. 평양에 주재하던 각국 외교관들은 모국으로 돌아갔고 중국과 러시아 등에 파견됐던 북한 노동자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북한의 공안당국은 국경 봉쇄선 1∼2㎞ 계선에 코로나 방역을 위한 완충지대를 설정하고 완충지대에 들어왔거나 국경 차단물에 접근한 인원과 짐승에 대해서는 무조건 사살하라는 지침까지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외부에서 들어온 물자를 수개월씩 야적해 바이러스를 퇴치할 것을 요구하고 겨울철 눈을 통한 전파 등 의학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비과학적 주장들이 선전매체를 통해 퍼져나갔다.

당연히 외부와 교역은 끊겼고 김 위원장은 계기마다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북한 주민들에게 내핍을 요구하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대화의 문을 걸어 잠근 김정은 위원장은 코로나19가 한창인 2020년 8월 열린 당 정치국 회의에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남측의 방역지원 제안도 수용하지 않았고 국제 백신 공동 구입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의 백신지원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북한은 아프리카의 에리트레아와 함께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도 시작하지 않은 두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북한의 상황이 심각한 이유다.

남쪽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스텔스 오미크론의 경우에 세 차례 백신 접종을 마치면 치명률이 0.07%이지만, 한 번도 접촉을 하지 않으면 10배가량 높아져 0.6%에 달한다.

통상 자연면역에 도달하려면 전 국민의 70∼80%가 감염되거나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의학적 가설을 고려할 때, 백신이 전무한 북한에서 인구 2천500만명 중 70%인 1천750만명이 감염되어야 한다. 여기에다 중대본이 밝힌 백신 미접종자의 스텔스 오미크론 치명률을 고려하면 단순계산으로 10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0월 열린 열병식 연설에서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해 주셔서 정말 고맙다"며 인민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했지만, 정책 실패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북한의 코로나 방역의 실패는 잘못된 정책결정에서 시작됐지만, 의약품과 장비 부족 등 의료난을 겪은 주민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피해는 가혹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의료지원 제안을 시급히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신영전 한양대의료원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은 국제사회의 무조건적이고 신속한 대규모 지원이 시급하다"며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조건 없이 신속한 지원에 나서고 북한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전주민이 접종할 수 있는 백신과 검사장비, 보호구, 항생제와 해열제 등 치료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행히도 국제사회가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인 의료지원 의사를 밝혔고 유엔과 미국도 협력의 뜻을 피력했다. 북한과 우방인 중국도 적극적인 협력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제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이 남았다. 주민의 어려움에 흘렸던 눈물의 진정성을 국제사회의 도움의 손길을 적극적으로 잡는 것으로 확인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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