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2-04-07 06:5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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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3월 24일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을 파기하고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하는 장거리미사일(ICBM)을 고각 발사함으로써 북핵 문제는 또다시 시계 제로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는 낭만적 민족주의와 이상주의에 기초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참담한 실패를 넘어 한반도, 동아시아, 국제비확산체제(NPT)가 새로운 차원의 위기 국면으로 진입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이제부터 우리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느냐” 여부를 떠나 핵을 개발하는 북한이 아닌,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이 같은 엄혹한 현실은 한·미가 기존의 방법이 아니라, 새로운 발상과 틀(frame)에 기초하여 대처해 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
비핵화를 넘어 무용화(無用化)로
이에 따라, 필자는 한·미가 기존의 북핵 폐기를 위한 ≪비핵화 협상 전략≫을 지속 추진해 나가되, 보다 근원적으로는 ①자강(自强) ②미국의 핵우산 장치 보강 ③북한의 위법 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 ④북한체제가 선택가능한 미래 청사진(붕괴 對 발전) 제시 등을 통해 김정은으로 하여금 “핵은 계륵과 같은 존재다. 천신만고 끝에 핵보유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그다음이 문제다. 오히려 민심이반, 정권멸망을 자초하는 화근이 될 수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 즉 김정은의 심리를 직격하는 가칭 ≪무용화(無用化) 전략≫으로 무게 추를 옮겨갈 것을 제안한다.
이번 화두(話頭)는 새정부의 국가안보시스템 대혁신 방향을 제시한 ‘김정은 對 윤석열’(2022. 3. 11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과 핵전쟁 예방을 위한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필요성을 강조한 ‘김정은 對 윤석열(Ⅱ): 윤-바 선언을 준비할 때다’(2022. 3. 21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에 이어 3번째이다. 일종의 ≪공격적인 ‘전략적 인내’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장기적·미래지향적 안보태세와 철통같은 한·미 공조가 있으면, 북한 핵은 그야말로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는 북한 핵에 대해 경계는 철저히 하되, 김정은에게 무엇(대화와 협상)을 요구하기보다는 ‘스스로 대비하고 해결’하는 태세로 전환해야 한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 세계질서를 선도하는 제1수퍼파워 미국과 군사·가치동맹 관계를 맺고 있는 대한민국이 뭐가 아쉬워서 불량국가 북한에 굽실굽실하며 매달려야 하는가? 그리고 정부와 언론은 북한의 위협과 공갈을 국민들에게 그대로(아니 증폭하여) 전달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가?
제발 부탁한다. 이제부터는 김정은에게 당당해지자. 북한과 대결하며 긴장을 고조시키자는 게 아니다. 상식과 규범, 국격에 맞게 행동하자는 것이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를 들려주자는 것이다. “북한이 아무리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실전배치해도, 혹여나 도발을 해도, 우리는 충분히 이겨낼 만반의 준비태세가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욱 보강해 나갈 것이다. 국민들은 정부를 믿고 자기 일에만 전념하면 된다. 그렇지만 만약 김정은이 오판하여 도발한다면, 평화를 지키기 위한 전쟁은 피하지 않을 것이다. 우크라이나를 보라.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지할 것이다. 평화는 공짜가 아니다”.
새 정부는 이 같은 당당한 자세와 국제공조 강화를 통해 일체감을 조성한 가운데 북핵문제를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집중하는 제1 과제가 아닌, ‘북핵대응 민관합동T/F’와 같은 조직이 실무적 수준에서 차분하게 대처해 나가는 식으로 제도화하는 게 바람직하다(세부 실천방향은 후반부에 적시). 북핵 문제를 경시하는 게 아니다. 경계와 고민은 철저히 하되, 국가는 북핵문제라는 올가미·블랙홀(black hole)에서 빠져 나와 국익 증진과 세계의 가치·문화를 선도해 나가는 일류 선진국가를 만드는 데 더욱 진력하자는 것이다.
최근 김정은의 강경 드라이브 저의
김정은의 반평화·반국제법적 행동이 도를 지나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총 12차례의 미사일 시험발사를 통해 다양한 종류의 비대칭 전략무기를 내외에 과시하는 가운데, 급기야 미국을 사정권으로 하는 ICBM 도발을 자행(3.24) 하였다. 며칠 후에는 “공격력 강화” 방침을 아예 대놓고 천명하였다.
총비서동지께서는 진정한 방위력은 곧 강력한 공격능력이라고, 누구도 멈춰 세울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추어야 전쟁을 방지하고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며 온갖 제국주의자들의 위협공갈을 억제하고 통제할수 있다고 하시면서 우리는 계속하여 우리의 국방건설 목표를 점령해 나갈 것이며 강력한 공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하여 우리 군대에 장비시키게 될것이라고 말씀하시였다(김정은의 시험발사 유공자들과의 기념촬영시 발언/2022.3.28. 조선중앙통신).
이는 김정은이 집권 이후 일관되게 추진해 왔던 핵무기 개발이 이제 거의 막바지 수준에 도달했음을 시사해 주는 것이다. 김정은의 핵개발은 김일성·김정일 시대와는 완전히 달랐다. ▲비밀리에 핵개발에 시동을 건 김일성이나 ▲핵과 경제실리 획득이라는 2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핵보유국이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고 모든 희생을 감수해 왔다.
김정은의 공식집권 첫날(2012.4.13)의 행보가 은하-3호 발사, 즉 미국과의 ‘2.29 합의’(미국의 경제지원↔북한의 모라토리엄) 파기였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 이후 경제를 희생하며 핵개발에 올인하였으며, 협상이 진행되던 기간중에도 비대칭전략무기 역량을 더욱 강화하였다. 급기야 2021년 8차 당대회에서는 핵무기 고도화·정찰위성 개발 등을 골자로 하는 ‘국방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공표하였다.
북한이 최근 핵·미사일 개발의 가속페달을 더욱 세게 밟고 있는 것은 ▲이 같은 장기 계획(plan)에 기초하여 ▲미·중 패권전쟁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미·러 갈등 국면 ▲대한민국의 리더십 교체기 등을 적의 활용하려는 술수이다. 이를 통해 북한은 ①핵·미사일 활동의 정당화와 향후 군축회담 모멘텀 확보 ②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내부결속 강화 ③대남 비대칭군사력 우위 확보를 겨냥하고 있다.
‘4월 중 핵실험설’은 지나친 예단일 가능성
이런 가운데 국내외 언론은 전문가·연구기관들의 평가를 인용하여 북한이 김정은 공식집권 10주년(4.13), 김일성 110회 생일(4.15)에 즈음하여 7차 핵실험을 실시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위에서 밝힌 3가지 측면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필자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사유로 인해 그 확률을 다소 낮게 보고 있다.
첫째, 과거 핵보유국의 전례를 볼 때 핵실험은 6차례면 충분하다. 그 이후 핵탄두 고도화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에 기초한 임계전 핵실험을 통해 추진하는 게 일반적이다. 둘째, 현재 항공사진을 통해 확인되고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 개·보수 공사 징후는 대미압박용 전술이거나, 혹시 있을 수 있는 추가 핵실험에 대비한 인프라 구축 작업일 수 있다. 4월 핵실험과 곧바로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이다.
셋째, 북한은 지금 준비 중인 열병식만 진행해도 정치-외교-군사-사회적 효과를 충분히 거양할 수 있다. 북한의 선전매체들이 지난 24일에 실시한 화성-17형 ICBM 시험발사 성공(국방부는 화성-15형의 조작·블러핑으로 평가)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어, 거기에다 열병식 정도만 합쳐도 그 효과는 이미 90점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굳이 추가적인 행동을 고려한다면 정찰위성 발사,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적재 잠수함 건조식, SLBM 시험발사 정도가 적절한 옵션이 될 것이다. 특히 정찰위성 발사는 핵전력 운용체계 고도화, 우주의 평화적 이용 권리 주장, ICBM 위력 과시 등 다목적 효과를 도모할 수 있어 매력적인 카드이다. 다섯째, 7차 핵실험은 최후의 결정적 한방으로 계속 남겨 두는 게 보다 실효적이다. 핵실험은 초극강의 수단이다. 지금은 강대강(强對强) 이면 충분하다. 초극강은 초극강을 부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국가안보는 0.001%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원칙에 입각, ▲한·미의 가용한 정보역량을 총동원하여 ▲조기경보, 대북경고, 국제공조 등에 한치의 빈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향후 북한의 전략전술 전망
김정은의 목표는 핵보유국이다. 핵은 자신의 정권안정은 물론 김씨 일가의 영구집권을 담보하는 최후 안전판이자, 대남 비대칭군사력 우위 확보, 전 한반도 통일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은 핵을 위해 모든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 미증유의 코로나19 위기와 오랜기간 계속되고 있는 대북제재 국면을 북한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구축(resetting)하는 기회로 역이용하고 있다. ▲일단 경제를 희생하더라도 ▲핵·미사일 강국이 되고 ▲대중국 종속경제와 사경제 시스템을 혁파·개선하고 ▲주민들의 사상을 다시 개조함으로써 김씨일가가 영구집권하는 사회주의·공산주의 사회를 건설하려는 게 목표(이른바 김정은몽) 이다.
그러므로,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의 속도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혹여나 비핵화 협상장에 다시 나오더라도 ‘핵보유국 인정과 대미 군축협상’을 주장할 것이다. 특히 상반기에는 4월 18일부터 시작되는 한미합동군사훈련, 5월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등을 구실로 하여 다양한 수준의 도발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지난해 9월 김정은이 시정연설로 밝힌 “미국의 대북 이중기준 및 적대시 정책 철폐” 선전전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우리는 김정은이 8차 당대회에서 공식화한 ‘국방발전 5개년 계획‘과 “강력한 공격수단을 더 많이 개발하라”는 지시(3.28 김정은), 그리고 서욱 국방부 장관의 유사시 대북 선제타격 발언을 빌미로 한 “심각한 위협, 참변 각오(4.3 김여정)”, “서울 주요표적들과 군 괴멸”(4.3 박정천) 등과 같은 위협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그에 상응하는 대응체계 구축, 전략전술적 대처가 필요하다.
북핵 무용화를 위한 전략전술적 방안
김정은이 지구전 태세를 갖추었다면, 새 정부는 더더욱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임기가 5년밖에 안 되고, 중간에 각종 선거를 치러야 하는 정부가 어떻게 장기플랜을 가지고 움직일 수 있나? 라고 질문할 수도 있다. 당연하다. 맞다. 그렇지만 임기를 막 시작하는 정부라면 가능하다. 국민에게 보다 더 솔직하게 아기하고 이해를 구하면 된다.
그리고 장기(長期)라고 해서 단기적인 대처방안(당근과 채찍)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단, 오직 평화라는 비전만 주야장천 외치며 ‘Again 2018’, 대화와 교류협력 재개를 위한 단기 이벤트 성사에만 집착한 문재인 정부의 전철(하루살이식 접근법: daily base approach)을 밟지만 않으면 된다.
북한이 혹여나 7차 핵실험 등으로 도발하는 경우에도, 우리는 차분하게 원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미국 등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잘못된 행동을 단죄하면서, 북한핵을 서서히 무력화·무용화시켜 나가야 한다. 즉 우리 스스로가 물리적·심리적 대비태세를 튼튼히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게 하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김정은만 애간장이 탈 것이다.
필자는 이런 기조하에 북한이 핵·미사일을 실전배치하는 단계로 발전한 작금의 국면에서 자유 대한민국이 추구해 나가야할 ‘북핵 무용화 전략전술’에 대한 가이드 라인 10가지 정도를 적시해 본다.
첫째,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공식 인정해서는 안 된다. 단, 실제적으로 북한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핵능력을 강화시키고 있기 때문에 ‘불법적인 핵보유 추진국가’로 네이밍(naming) 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상당수 전문가와 언론이 애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핵보유국’ 용어는 더 이상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김정은이 핵의 유용성에 대해 셈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
셋째, 이를 위해서는 우리가 의제와 방식(로드맵)을 선점하고 당당히 대처해 나가야 한다. 5년간의 로드맵, 그것이 어려우면 최소한 2년정도의 로드맵은 가지고 상대해 나가야 한다. 북한이 조건부 회담을 제안하면 거부할 수 있는 담대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시간은 북한편이 아니라, 우리의 편이 될 것이다.
넷째,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비한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 즉 미국의 핵우산 강화를 적시한 ‘윤석열-바이든 선언’을 채택하도록 노력하자. 지난달 30일 바이든 행정부가 의회에 제출한 ‘핵태세 보고서’(NPR)를 보면 “극단적 상황에서의 핵무기 선제타격 방침”이 명기되어 있다. 다섯째, 킬 체인’(Kill Chain),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KMPR)의 3축체계 완비를 통한 자강(自强) 노선을 더욱 분명히 하자.
여섯째, 한·미의 정찰활동을 강화하고 합동군사훈련을 정상화하자. 김정은의 동선을 수시로 공개하는 것도 북한에 경고를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일곱째, 중국에게 우리의 안보 자주권을 강조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제재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구하자. 유엔 안보리 거부권 행사는 북한의 핵보유를 방조하는 반평화·반국제법적 행동임을 공론화하자.
여덟째, 북한이 또다시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 ‘9.19군사합의’ 파기와 북한의 유엔회권국 제명을 추진하자. 최악의 경우, 레짐체인지도 옵션의 하나로 포함시킨다. 아홉째, 북한체제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전략(5化: 비핵화, 자유화, 시장화, 친한화, 세계화)을 공식·비공식적으로 본격화하자. 열째, 이 같은 무용화 전략을 실무적 차원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 점검해 나가기 위해 국가안보실장을 책임자로 하는 정부합동T/F와 민관합동위원회를 운영하자.
결어
2022년 4월 현재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핵시계는 거꾸로 가고 있다. 그러나 실망하거나 좌절할 필요는 없다. 우리만 당당하면 된다. 정상에 오르면 정상의 의미가 달라진다. 젊었을 때 열망하고 빛났던 것들이 세월이 흐르고 나면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세상의 이치이다. 우리는 이런 기조하에 김정은의 심리를 직격해 나가야 한다.
지금은 냉철한 현실인식에 기초하여 발상의 대전환이 필요한 때이다. 지난 30여 년간의 비핵화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 가고 있다. 김정은이 핵을 스스로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제부터는 보다 실제적으로 북핵을 무력화·무용화 시키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핵단추를 가지고 있는 김정은의 심리를 움직이는 게 필요하다. 또한 세계 제1의 핵보유국이었던 구(舊) 소련이 멸망한 이유가 만성적인 경제난과 미국 레이건 대통령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군비경쟁(‘스타워즈’ 프로젝트)이라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북핵문제의 해법은 ▲비핵화를 넘어 ▲핵균형과 함께 ▲무용화(無用化) 전략, 즉 김정은의 심리를 직격하고 북한체제를 변화시킴으로써 “핵이 더 이상 쓸모가 없다. 오히려 자신의 정권유지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끔 유도하는 데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외교부·국방부 등 안보부처의 세부 논의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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