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사격에 '주적' 발언으로 새해 시작…김정은 '대남 공세' 의도는
  • 북민위
  • 2024-01-11 07: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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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연초 해상 포격으로 무력시위를 개시하더니 김정은이 '대한민국은 주적'이라고 규정하며 '초토화'를 거론하는 등 언어적 위협수위도 끌어올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5∼7일 사흘 연속 서북 도서 북방 일대에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해상완충구역 등을 향해 방사포와 야포 등을 300발 넘게 발사했다.

10일에는 "대한민국 족속들은 우리의 주적", "대한민국을 완전히 초토화해 버릴 것", "전쟁을 피할 생각은 전혀 없다" 등 김정은 위원장의 강경 발언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됐다.

발언은 한국을 겨냥하기 위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용 발사대 생산 공장을 시찰하는 현장에서 나왔다.

2023년을 결산한 당 중앙위원회 연말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남북관계에 대해 "적대적인 교전국"이라고 못 박은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정부 당국과 북한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국 정치 지형 변화의 중대 변곡점인 4월 총선에 영향을 미치고자 의도적으로 군사적 긴장감을 끌어올리려는 것으로 해석한다.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상습적 도발 수단인 탄도미사일 발사가 아니라 접경지역 포 발사를 택한 것이다. 포성이 직접 들리고 대피령까지 내려져 도발 체감 효과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 탓에 전쟁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을 극적으로 보여주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연말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국지도발 등) 직접적인 군사도발"이라며 "전략적 도발은 우리나라 총선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북한도 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형태의 도발이든 간에 북한 변수가 복잡한 고차 방정식인 국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갈수록 작아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 중 어느 진영에 유리하다고 단정 짓기도 불분명하다.

북한의 도발 행위보다는 '말폭탄'이 남측에 집중되고 상대적으로 미국에 대해선 정제된 태도를 보이는 듯한 변화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최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에서 미 제국주의를 뜻하는 '미제' 대신 '미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선 결국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

한편에선 한미일 안보 협력을 느슨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 6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로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게 일본 지진 피해를 위로하는 서한을 보낸 데서 속내를 유추할 수 있다.

통일연구원 서보혁 연구위원은 이를 '일본과 통하고 남한을 봉한다'는 의미의 '통일봉남(通日封南)' 전술로 풀이하며 "(일본과) 대화나 접촉을 진행할 북한 측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관심은 북한의 다음 행보다. 김정은이 한국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대립 구도를 부각했으니 더욱 공세적으로 나올 소지가 다분하다.

일각에선 국지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과거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을 감행했다가는 오히려 북한은 허약한 재래식 전력만 노출할 수 있다.

이에 2022년 말 한국을 휘저었던 것과 유사한 방식의 무인기 침투가 다음 카드로 꼽힌다. 그해 12월 26일 북한 무인기 5대가 총 5시간여에 걸쳐 서울을 포함한 한국 본토 영공을 날았고 대응 과정에서 한국 군용기 1대가 추락했다.

북한은 지난해 7월 공개한 미국제를 빼닮은 신형 무인기뿐 아니라 2년 전보다 다양화·지능화된 무인기 전력을 보유했다고 알려졌다.

현재 9·19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됐고, 더군다나 합의상 군사분계선(MDL) 인근 비행 금지 조항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한국이 먼저 효력 정지를 선포한 만큼 무인기로 MDL을 교묘하게 넘나드는 도발의 형태가 점쳐진다.

미사일 도발을 전에 없던 형태로 단행할 수도 있다. 가령 한국과 미국의 공중 연합훈련으로 전투기 등이 대거 하늘에 떠 있는 상황에서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한미 군 당국을 긴장시키고 오판을 유도하는 전술이 그려진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이 적절하게 대응하기 곤란한 지점들, 우발적 상황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그런 틈새를 이용한 도발을 상정해볼 수 있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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