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 '한계' 왔나…외부지원 거절→도와달라 급선회
  • 북민위
  • 2022-09-01 07: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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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외부 지원을 거부하던 기존 방침을 접어두고 식량 원조를 요청하는 움직임을 보여 주목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외부봉쇄 정책과 잇단 자연재해 등으로 누적된 식량난이 더 버티지 못할 만큼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31일 인도 국제사업회의소(ICIB)의 만프릿 싱 소장은 "북한 주민들을 위한 쌀 기부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북한 대사관의 연락을 받았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말했다.

ICIB는 홈페이지에 "북한의 상무관과 다른 관료들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곡물 지원을 논의하기 위해 인도 뉴델리의 ICIB 사무실을 방문했다"며 구체적인 날짜를 밝히진 않은 채 북한인으로 추정되는 남성들 사진을 공개했다.

앞서 지난 6월 캐나다의 대북지원단체 퍼스트스텝스 역시 북한이 밀과 콩을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 문의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도국제사업회의소 홈페이지에 '북한인'이라며 게시된 사진
인도국제사업회의소 홈페이지에 '북한인'이라며 게시된 사진

북한이 외부에 식량 지원 의사를 직접 타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집해온 '외부지원 불가 방침'에서 달라진 양상이다.

김 위원장은 2020년 8월 당 정치국 회의에서 수해 복구 방안을 논의하면서 "세계적인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현실은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지시했다.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함부로 뒤집을 수 없는 북한에서 불과 3년 만에 대외 원조를 받는 쪽으로 급선회한 것은 그만큼 내부 식량 상황이 심상치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가중되는 식량난으로 이른바 '애민정치'를 표방하는 김 위원장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기존의 외부지원 불가 방침을 접고 주민 먹는 문제를 우선 해결하고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 지원 요청으로 선회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은 작황이 좋았던 2019년 이후 3년 연속 한해에도 여러 차례 최악의 물난리와 가뭄 등 자연재해를 겪었다. 코로나19 봉쇄로 내부 장마당 유통망이 붕괴하고 곡물 수입마저 급감했다.

김 위원장은 작년 6월 당 전원회의에서 "농업부문에서 지난해의 태풍피해로 알곡 생산계획을 미달한 것으로 하여 현재 인민들의 식량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고 공개 발언을 했다.

국가정보원도 같은 해 10월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살얼음 걷는 심정이다. 낱알 한 톨까지 확보하라. 밥 먹는 사람은 모두 농촌 지원에 나서라'고 지시했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지난달 북한 내부 현황과 관련, "일각에서는 아사자 발생 이야기도 나오는데 북한의 여러 가지 경제 상황과 제재 국면, 코로나 등 기타 질병, 폭우로 인한 피해 이런 것을 종합 분석하면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도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는 모내기 철이던 지난 5월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공개하며 지역별 봉쇄와 단위별 격폐를 더욱 철저히 했고, 6월에는 최대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수인성 전염병까지 창궐하며 농번기 인력 동원도 어려워졌다.

북한 평양시 협동농장에 침수된 논벼들의 모습
북한 평양시 협동농장에 침수된 논벼들의 모습

이에 따라 국내 북한전문매체 데일리NK가 조사한 북한의 쌀값 동향을 봐도 올해 들어 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추세다.

매체는 지난해 8월 9일 평양에서 1㎏당 4천400원이던 쌀값이 1년 뒤인 올해 8월 21일 6천100원으로 36% 넘게 올랐다고 전했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8월에만 4차례나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농업 현장을 점검, 북한 정책 결정자들의 다급한 심정을 드러냈다.

북한은 그동안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비공식적 식량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3년간 누적된 식량 부족분을 상쇄하기에는 여의치 않았을 전망이다.

다만 북한이 이번에 인도와 캐나다 구호단체에 원조를 타진한 것은 그나마 관계가 나쁘지 않은 국가나 대북지원 단체에 도움을 요청함으로써 체면을 구기지 않으려는 속내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인도 드라우파디 무르무 대통령 당선 때 축전을 보내는 등 나름대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식량사정이 어려워도 '주적'으로 규정한 남측이나 미국 등 북한과 적대관계에 있는 국가에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주식인 쌀을 들여온다는 건 북한 내부에 식량 수급이 불안정하다는 뜻"이라며 "상반기 가뭄과 폭우, 코로나19 등이 있었던 만큼 심각한 징후인지 일시적 수급 불안정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이 올해부터 옥수수 재배량을 줄이고 밀·보리 재배 면적을 늘리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며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이던 옥수수 재배를 줄인 건데, 상반기 농업실적은 결국 밀·보리가 얼마나 확보되는지에 달렸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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