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흥 부유층 '돈주' 대두에 광고업 태동
  • 관리자
  • 2016-05-19 12: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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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시내 백화점에 놓인 피부병 연고 광고. (로이터=연합뉴스)


(평양 로이터=연합뉴스) "평양 화주 : 한 번 마시면 잊을 수 없는 술"

자본주의의 꽃이라는 '광고'와 북한만큼 거리가 먼 나라는 없었지만, '돈주'로 불리는 신흥 부유층이 등장하면서 이것 역시 옛말이 되는 모양새다.

합법과 불법 사이의 '회색 경제'인 장마당 등에서 부를 쌓은 돈주들의 주머니를 열기 위해, 북한 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광고전에 뛰어든 결과다.

평양 시내에서 발견되는 광고들은 김정은 체제를 찬양하는 선전물 사이에서 너무 두드러져 보이지 않기 위해 크기가 작고, 애매한 위치에 놓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모든 선전수단을 국가가 독점하는 북한 사회에서 광고의 등장은 중대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광고에 담긴 메시지 역시 과거와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싱가포르에 있는 대북교류 민간단체인 조선익스체인지의 안드레이 아브라미안 이사는 "북한 기업들은 주로 질적 측면에서 경쟁해 왔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상품에서 어떤 느낌을 받는지와 관련해서도 경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북한에서 인기가 있다는 어린이 성장발육제인 '키 크는 약'은 약병에 기린을 그려 넣었다.

피를 맑게 해준다는 약은 금속반지 속에 그려진 보라색 보석을 내세웠으며, 이 밖에도 자동차 수리나 북한 스마트폰에서도 작동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 게임 광고 등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광고물은 통상 A4 혹은 A3 용지 크기로 제작되며, 컬러 인쇄돼 코팅이 입혀진 뒤 계산대 위에 놓인다.

평양 시내의 한 약국 진열대에 다양한 광고물이 놓여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부 매장은 더 크게 확대한 광고물을 가게 벽면에 붙여 놓았다.

이달 6∼9일 제7차 노동당 대회 기간에도 평양 시내 상점에서는 각종 광고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가게 바깥에 광고를 게시하는 행위는 여전히 허용되기 힘든 것으로 보인다고 아브라미안 이사는 전했다.

그동안 북한에서 볼 수 있었던 광고는 주로 남북경협과 관련된 것들이었다.

통일교와 북한 조선민흥총회사 합작으로 설립된 평화자동차의 대형 광고판이 2003년 평양 곳곳에 설치됐고, 수년 전까지는 북한에서 생산하는 대동강 맥주 TV 광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새롭게 등장한 광고들은 과거와 달리 북한 인민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이 열린 평양 김일성경기장에 북한 현지기업들의 광고판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같은 해 동아시안컵에서는 경기당 4만 달러까지 광고료가 치솟았음에도 여러 경기에서 북한 기업들의 광고가 노출됐다.

광고를 하는 업체들은 평양 '보통강 백화점', '천리마 타일 공장' 등 외부와의 합작 기업들이 대다수다.

지난달 열린 평양 마라톤 대회 역시 선수 번호판에 처음으로 광고가 등장했고, 고려 인삼무역회사가 메인스폰서로 등장했다. 주최 측은 경기 코스 주변 대형 광고판 한 개에 1천 유로의 사용료를 요구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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