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러에 노동자 300명 파견… 유엔 제재 대놓고 위반
  • 북민위
  • 2024-02-14 10: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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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 300여 명이 지난 5일 철도를 이용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지역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러시아의 북한 단체 관광이 재개됐고, 북한 노동당 대표단은 러시아 집권당 초청으로 방러길에 올랐다. 지난해 9월 러·북 정상회담 이후 무기 거래 등 군사 협력 및 경제·문화·정치 등 양국 간 밀착 관계가 전방위적으로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본지에 “현지 소식통들이 목격한 바에 따르면, 300명이 넘는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 하산역을 거쳐 블라디보스토크에 왔고 너 나 할 것 없이 엄청난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기차역에 내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지에서는 앞으로 신규 북한 노동자 파견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고 했다.

북한에서 파견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지만, 이를 대놓고 어기고 있는 것이다. 안보리는 2017년 12월 채택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을 24개월 내에 전원 송환토록 했다. 러시아는 ‘눈가림’용으로 북한 노동자의 입국 비자를 유학, 연수, 관광, 문화 교류용으로 발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들이 항공기가 아닌 철도를 이용해 파견된 건 이례적이다. 러시아와 북한이 2013년 개통한 연해주 하산~북한 두만강역 국경 철도는 화물 운송 노선이다. 지난 1월 올레크 코제먀코 연해주 주지사가 올해 안에 러시아 하산역과 북한 나진항을 오가는 여객 철도 노선 개통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철도 노선을 이용한 노동자 파견이 일종의 ‘시범 운행’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한범 연구위원은 “이번 300여 명이 ‘첫 번째 팀’이라는데 앞으로 상당한 규모의 신규 노동자들이 순차적으로 철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정부 당국도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지난해 북한 내부에서 러시아 파견 노동자를 선발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왔고, 이후 파견이 이뤄졌다는 첩보도 여러 건 있었지만 최종 확인은 안 됐다”고 했다.

최근엔 코로나 기간 중단됐던 러시아의 북한 단체 관광도 재개됐다. 러시아 관광객 약 100명은 지난 9일 고려항공 여객기를 타고 북한을 찾아 평양 김일성 광장, 원산 마식령 스키장 리조트 등을 방문한 뒤 12일 러시아로 돌아갔다. 이번 러시아 단체 관광객의 북한 방문은 작년 9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 후속 조치에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과 ‘뱃길’과 ‘철길’도 연결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는 나진항과 블라디보스토크항 노선에서 페리 서비스를 운영했으며 인기가 많았다”며 “이 노선이 곧 복원되길 바란다”고 했다.

또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수길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를 단장으로 하는 노동당 대표단이 러시아 집권당 통합러시아의 초청에 따라 러시아를 방문하기 위해 전날 평양을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북 대표단은 통합러시아당이 주최하는 ‘민족들의 자유를 위하여’ 제1차 회의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수길은 군 총정치국장, 강원도당 책임비서를 거친 고위급으로 군 총정치국장 시절 대량살상무기(WMD) 탄도미사일 개발에 관여했다는 이유로 한미 등의 대북 제재 리스트에 오른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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