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미사일은 '통미봉남'…南에는 '합의 이행' 요구
  • 관리자
  • 2017-05-16 06:3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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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北대사관 관계자, 한국 새 정부에 첫 발언 (PG)
주중 北대사관 관계자, 한국 새 정부에 첫 발언 (PG)제작 최자윤
北매체들 "한반도 평화는 북미간 문제…南 끼어들 바 아냐"
주중 北대사관, 외신 기자회견 열어 "남북합의 이행 중요"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북한이 최근 여러 매체를 통해 '한반도 평화는 북미 간 문제로 한국이 끼어들 수 없다'고 일제히 주장하는 한편 재외공관을 통해서는 교류협력에 관한 남북간 합의를 이행하라고 새 정부에 촉구하고 나서 그 의도가 주목된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를 놓고 핵·미사일 등 안보 문제는 미국과, 경제분야 교류협력은 한국과 각각 대화하겠다는 북한식 '투트랙' 구상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5일 자사 기자 명의로 '식민지 하수인들의 가련한 몰골'이라는 제목의 정세해설을 싣고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대북 '접근' 동향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상황이 적절하면 북한 김정은을 만날 용의가 있다'는 취지의 트럼프 대통령 발언과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레짐 체인지'(정권교체)가 아니라는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발언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어 최근 최선희 외무성 북아메리카국장이 참여한 북미 '1.5트랙 대화'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이런 속에 우리와 미국 사이에 '반관반민' 접촉 움직임이 있다는 외신 보도까지 나가자 바싹 긴장해진 괴뢰패당(한국 정부)은…(중략)…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비꼬았다.

신문은 그러면서 "우리는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운명과 관련하여 미국과 회계할(셈할) 것이 많다"며 "그것은 우리와 미국 사이에 논할 문제로서 괴뢰들이 끼어들 바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미국의 식민지 하수인으로서 아무런 권한도 자격도 없는 괴뢰들 따위가 조미(북미) 사이의 문제에 간참(참견)해 보려는 것이야말로 제 처지도 모르는 주제넘은 짓"이라고도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같은 날 대남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가 게재한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격언을 새기라'는 제목의 논평과, 대외 선전용 주간지 통일신보에 지난 13일 실린 '식민지 노복의 가긍한 처지'라는 기사에도 거의 동일한 논리 구조로 담겼다.

한반도 문제는 북한과 미국 사이의 일이라고 못 박으며 구조적으로 한국을 배제하려는 전형적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을 노골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TV 제공]

북한의 핵 개발은 미국의 '적대시정책'에 따른 선택인 만큼 미국의 '하수인'인 한국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며, 북한이 주장하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도 북미가 논의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북한의 '지상목표'를 재확인하는 동시에, 남북관계와 핵 문제를 분리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15일 관영매체를 통해 전날 이뤄진 신형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의 시험발사 성공을 과시하면서도 타깃이 미국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15일 '국제문제연구원 법률연구소 소장' 담화를 통해서도 "조미 사이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적대관계를 완전히 청산하는 문제 등 조선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나아가서 세계적인 평화와 안전을 도모하는 데 다소나마 기여하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트럼프 행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15일 외신을 불러 진행한 주중 대사관 기자회견을 통해 남북 합의를 존중 및 이행하라고 새 정부에 촉구했다.

대사관 관계자는 "남조선에서 누가 집권하든 민족의 근본 이익을 중시하고 남북 합의들을 존중하고 철저히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북간 합의 존중 등 언급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나섰던 제1,2차 남북정상회담 결과로 나온 6·15선언과 10.4 선언 등의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북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문제에서는 한국을 배제하는 '통미봉남' 전술을 쓰고, 경제 면에서는 남북관계를 통해 대북 제재망에 숨 구멍을 내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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