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3-21 06: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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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해킹과 사이버 공격을 통한 금전 탈취로 전체 외화 수입의 절반을 조달하고 이 자금으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개발 재원의 40%를 충당했다는 유엔 전문가들의 평가가 나왔다.
추가 핵실험은 없었지만 북한이 유엔 제재를 피해 추가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해왔다고 이들은 평가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는 20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전문가 패널 연례보고서를 공개하고 "보고 기간인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6개월간 한반도의 군사적, 정치적 긴장이 더욱 늘어났다"고 밝혔다.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은 국제사회의 안보리 대북제재의 이행 상황을 점검해 1년에 두 차례 활동결과를 유엔에 보고한다.
패널은 규제가 약한 가상자산 업계를 주된 표적으로 삼아 사이버 위협을 지속적으로 가한 배경에 대해 "유엔 제재를 피해 수입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평가했다.
안보리의 경제 제재로 정상적인 무역 활동으로는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외화를 획득할 수 없게 되자 사이버 공격을 주된 외화벌이 수단으로 벌였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패널은 북한이 해킹, 사이버 공격 등 악의적 사이버 활동은 전체 외화벌이의 약 50%를 조달했다는 유엔 회원국 보고 내용을 기술했다.
또한 대량살상무기 개발 프로그램 재원의 40%가 이 같은 불법적인 사이버 수단으로 조달됐다고 회원국 보고를 토대로 지적했다.
패널은 특히 지난해 북한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가상화폐 탈취 사건 17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탈취 규모는 총 7억5천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한다.
패널은 또 2017∼2023년 북한이 가상자산 관련 회사를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벌여 탈취한 금액이 약 30억 달러(약 4조원)로 추산되며, 이와 관련한 의심 사건 58건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사이버 업체는 이 같은 북한을 두고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이버 도둑"으로 묘사했다고 패널은 전했다.
한편 패널은 지난해 9월 보고서에 이어 이번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다양한 수단으로 제재를 회피하며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진전시켰다고 평가했다.
패널은 특히 북한 영변 핵단지에서 핵물질 증산 시도로 의심되는 정황이 관측됐다고 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보고에 주목했다.
앞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작년 12월 "영변에 있는 경수로(LWR)에서 활동 증가가 관측됐다"며 "지난 10월 중순 이후에는 경수로 냉각 시스템에서 배수가 관측됐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 내 LWR은 북한이 핵탄두 제조에 쓸 핵물질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시설로 의심받아왔다.
패널 역시 영변 핵시설 건물 주변에서 원자로의 가동 조짐을 가끔 관찰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 대해서도 활동이 지속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 패널은 인적 교류를 통한 북한으로의 무형기술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무기거래 대가로 북한에 대량살상무기 기술을 발전시킬 무형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패널은 김정은이 작년 9월 러시아 방문 당시 극동연방대학교(FEFU)를 찾은 사실에 주목했다.
다만, 대학 측으로부터 북한 연구기관과의 학술 교류는 없으며 인문학을 전공하는 영사관 직원 자녀들만 학생으로 재학 중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유엔 대북 제재는 항공우주 등 군사기술로 이어지는 분야에서 북한과의 공동 연구를 중지할 것을 유엔 회원국에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작년 7월말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 현황을 담았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보고서에 대해 "이전 보고서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과 북한의 제재 회피 수법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유엔 회원국 정부 및 관련 기관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대북 제재의 충실한 이행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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