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도적전기’ 사용도 장악 시도… “국가에 돈 내고 써라”
  • 관리자
  • 2020-01-16 07: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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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당 중앙위 전원회의 이후 전기 사용 요금 체계를 내각 관리하에 일원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거 불법적으로 개인이 배전소에 돈을 주고 공업 전기를 끌어다 쓰던 관행을 없애고 국가가 전기세 제도를 장악하면서 국가 재원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실시하겠다는 것이다.

평양 소식통은 평양 일부 지역에 전기 부문 관련 지시가 떨어졌다”면서 “국가가 기본적으로 가정에 공급하는 전기 외에 더 많은 전력을 사용하고자 하는 가정은 미리 국가에 신청비를 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개인이 배전소에 뒷돈을 주고 전기를 끌어다 쓰던 행태를 없애고 국가가 직접 전기를 쓴만큼 세금을 내는 과정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즉 전기를 쓴만큼 돈을 내라는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번 제7차 5기 전원회의에서 “내각은 국가 재정을 강화하고 생산단위가 활성화 할 수 있게 조직 사업을 치밀하게 짜고 들어야 한다”며 “국가 경제의 명맥과 전일성을 고수하기 위한 사업부터 내각의 지휘를 보장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각 기업소의 관리 체계를 내각의 책임 아래 두면서 기업소가 벌어들이던 각종 세금이나 뇌물을 국가가 직접 흡수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이번 조치를 관리 감독하는 기구는 내각 전력공업성 산하 분과인 국가전력감독위원회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전력감독위원회는 가정용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전기를 끌어와 사용하는 과정을 합법화하면서 동시에 관리 및 신청비 명목으로 매달 50달러씩 최소 6개월 단위로 금액을 선납하도록 했다.

이번 조치의 시행 기구인 국가전력감독위원회는 매달 신청비 50달러를 부과하는 것에 대해 ‘본래 가정용이 아닌 국가의 전력을 특별 공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은 “신청비를 달러로 내게 한 것은 국가가 부족한 외화를 빨아들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가가 전력 소비 체계를 관리하면서 외화까지 마련하니 국가 입장에서는 일거양득(一擧兩得) 아니겠냐”고 말했다.

북한은 각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기세의 경우 일정 액수로 상당히 낮은 금액을 징수했으나 지난 2017년 일부 지역 가정에 적산전력계(積算電力計, 계량기) 설치를 의무화하면서 쓴 만큼 전기세를 부과하는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극심한 전력난으로 평양도 전기가 공급되는 시간이 많지 않아 쓴만큼 돈을 내는 누진세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이었다.

국가에서 공급하는 전기가 들어오는 시간이 많지 않자 경제적 여유가 있는 북한 주민들은 배전소에 뇌물을 주고 가정용 전기가 아닌 공업용 또는 군수용 등 다른 부문의 전기를 끌어와 전기를 쓰고 사용한 만큼 배전소에 돈을 지불해왔다. 주민들은 이를 ‘도적전기’ 혹은 ‘코걸이’로 부른다.

이번 조치는 배전소가 각 가정에 직접 상납 받았던 뇌물을 국가에 납부한다는 점이 달라졌지만 주민들 입장에서는 과거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식통은 “사실상 평양 중심구역 주민들은 이미 그렇게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특별할 것은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오히려 신청비가 조금 비싸긴 해도 주요 간부들이 많이 거주하는 평양 중심구 주민들은 큰 부담을 느끼지 않을 뿐더러 공식적으로 쓴만큼 전기를 쓸 수 있게 돼서 더 편해진 것으로 평가한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또 다른 평양 소식통은 “국가전력감독위원회가 이번 조치로 확보한 신청금 명목의 외화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건설자금으로 긴급 투입될 예정”이라면서 “건설 비용 확보를 위해 일부 평양 주민들에게 비교적 높은 금액의 신청비를 책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오는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을 전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산갈마지구 개장식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급하게 이런 조치를 실행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북한 당국은 이 같은 조치를 평양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다른 지역에도 확대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와 자강도 도당위원회도 이 같은 조치를 시범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소식통은 “전력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가정에 필요한 만큼의 전력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뿐만 아니라 국가전력위원회에서 징수하는 신청비 명목의 세금이 일반 북한 주민들이 감당하기에는 상당히 높아 전국적으로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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