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외출 금지…굶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 관리자
  • 2021-01-13 07: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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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7일 오전 7시. 회령시를 비롯한 함경북도 내 북중 국경 연선지역에 봉쇄 명령이 하달됐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의 경우 출근은 할 수 있었지만, 공무 또는 허가된 외출이 아닌 사적 외출은 금지됐다. 북한 당국은 이를 어길 경우 사법적으로 처벌받을 뿐만 아니라 군사재판에 넘겨질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은 갑자기 내려진 봉쇄 명령에 받아 놓은 물건을 처분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거나 약속된 탁송을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또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빈곤층은 당장 굶어 죽지 않을까 극심한 불안감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국경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도강(渡江) 등 불법행위와 악성 전염병(코로나19)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 봉쇄 명령 닷새 전 일어난 국경경비대 군인의 무장 탈영 사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주민들 사이에서는 ‘당국의 필요에 따라 인민 생활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북한 군인들이 국경지역에 철조망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다음은 최근 진행된 회령시 주민과의 일문일답]

– 봉쇄 명령이 하달되기 전 이동통제를 예상할 수 있는 낌새가 없었나?

“전혀 없었다. (당국은) 봉쇄를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도 주지 않았다. 봉쇄령을 내리는 그 순간부터 이동통제가 이뤄져 발이 묶였다. 당장 장사를 해서 먹고 사는 사람들은 손해를 많이 봤다.

돈을 벌어도 하루 먹고 끝나는 상황이라 불만이 상당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언제든 몇 달치 식량을 이미 쌓아놓고 있겠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내일 먹을 것도 사기 힘든 상황이다. 비루스(바이러스) 사태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 주민들이 어떤 어려움을 주로 호소했나.

“봉쇄 이후에 굶어 죽는 사람도 때때로 나타났다. 그만큼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봉쇄령이 공포였다. 다만 봉쇄령 그 자체 때문에 사람들이 굶어 죽거나 얼어 죽은 것은 아니다. 회령은 나가서 돈을 직접 벌진 못해도 집 밖 출입은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생활이 어려웠던 사람들이 봉쇄령으로 인해 생활고가 더 심해진 것이다.”

– 통제 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이 컸다. 돈을 못 버니까 먹는 게 제일 문제였다. 언제까지 봉쇄가 이어질지 모른다는 것도 불안을 심화시켰다. 이렇게 몇 달이 더 갈 경우 모두 다 굶어 죽게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봉쇄령이 지속되면 그때는 사람들이 죽기 살기로 탈북할 것이라는 얘기까지 했다.”

– 봉쇄령 해제 후 주민들의 생활에서 변화된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나?  

“그래도 봉쇄령이 풀리니까 그 직후에는 숨이 좀 트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돈 벌기가 쉽지 않았다. 일단 시장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필요한 물건을 시장에서 찾기도 쉽지 않았는데 있어서 너무 비싸서 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들 소비를 줄이고 있다. 돈이 생기면 꼭 필요한 것, 주로 먹을 것만 조금씩 산다.”

– 봉쇄령 이후 민심은 어떠한가. 

“나라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다. 구실은 비루스를 차단하고 인민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봉쇄했다고 하지만 그걸 믿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봉쇄는 나라가 인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구실이라고 생각한다.

더군다나 중국과의 모든 거래를 차단하고 밀수와 관련된 행위를 할 경우 총살까지 하는 현 상황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아무리 그래도 당장 먹고 살려고 뭐라도 하는 것인데 그 자리에서 사살하는 것은 너무한 조치가 아닌가.”

– 최근에도 지역 간 이동통제는 지속되고 있다. 최근 분위기는 어떤가.

“이제는 국가가 필요할 때마다 봉쇄령을 내리는 것 같다. 지난해 12월 당 대회 준비할 때도 열흘 넘게 봉쇄한 적이 있었다. 돈이 있는 사람들은 10월 봉쇄 이후 조금씩 식량을 비축하는 분위기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당장 내일 봉쇄를 한다해도 오늘 준비할 수 있는 게 없다.

봉쇄령이 잦아지면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돈은 없고 언제 또다시 발이 묶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이 모두 죽겠다고 아우성만 높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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