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끝나고 산에 풀 베러 가는 노동자들 “풀 거름 과제 치떨려”
  • 북민위
  • 2024-08-07 06: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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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풀베기 전투 현장. / 사진=아리랑메아리, 류경 홈페이지 캡처

북한 당국이 비료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에게 ‘풀 거름’ 과제를 내려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도내 기업소들에 농촌 지원의 한 형태로 풀 거름 생산 과제가 내려지고 있다”며 “이런 와중에 경원군의 한 탄광 기업소에서는 한 개 직장에 20톤의 풀 거름 과제가 내려져 노동자들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기업소에서는 풀 거름 과제가 작업반별로 할당되고, 작업반은 또 작업반대로 5~6명으로 구성된 조에 과제를 할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에 노동자 한 명당 떠안게 된 풀 거름 과제량은 평균 500kg이 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겨울을 나고 봄 씨붙임(파종)을 하기 전에 한 차례 200~300kg 정도의 풀 거름 과제가 내려졌는데 이모작을 위해 땅의 지력을 높이려면 거름을 배로 늘려야 한다는 취지에서 또다시 풀 거름 과제가 내려왔고, 양도 500kg까지 불어났다”고 말했다.

풀 거름 생산이란 여름철에 풀을 베어 썩혀 거름을 만드는 작업을 말한다. 그러나 풀만으로는 썩는 시간이 오래 걸려 풀을 쌓아놓고 거기에 인분이나 음식 찌꺼기를 넣어 썩는 과정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소식통은 “짐승의 배설물이나 인분이 없어 나온 대체물이 풀 거름이지만 풀은 그 자체로 거름으로 논이나 밭에 내기에는 충분하지 않아 집짐승 배설물이나 인분으로 충분히 썩혀야 해 풀 거름 생산 과제 수행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풀 거름은 사실 지력을 높이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땅을 굳지 않게 하는 것뿐이지 땅도 풀만 먹어서는 힘을 못 쓴다”며 “다 형식주의인데 우(위)에서 하도 하라고 해서 하는 척만 하다 보니 성과도 없는 일에 사람만 녹을(혹사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기업소 노동자들은 “풀거름 과제에 치가 떨린다”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작업반 일만으로도 힘든데 풀 거름 과제를 하겠다고 산에 풀을 베러 갈 때면 정말 화가 난다면서 풀이 거름이 되면 얼마나 되겠냐, 이게 노력에 비해 수지가 맞는 일이냐며 불만을 표하는 노동자들이 여럿”이라고 했다.

해당 기업소에서는 과거 한 노동자가 풀 거름 생산에 인분 대신 검은 감탕(진흙)이나 석탄을 섞었다가 ‘요령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일이 있었는데, 노동자들은 이 일을 거론하면서 “과제를 해도 비판을 받는다”, “아무리 해도 풀은 풀인데 밭에 풀이나 줘서 무슨 수확을 기대할 수 있겠나”, “그냥 다 형식주의다”라는 등의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정말 짜면 짜는 대로 나오는 게 백성들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한 달에 파철을 150kg까지 내라고 하면서 거기에 초봄 풀 거름 과제에 더해 이모작을 위한 풀 거름을 500kg까지 또 하라니 아침마다 눈 뜨기가 무섭다는 반응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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