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4-08-20 07: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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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북중 국경지역에 수해 복구 인력을 투입해 놓고 이들이 혹여나 탈북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당국의 ‘탈북 포비아(공포증)’가 복구 인력에 대한 지나친 감시와 통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시 수해 피해 현장에 파견된 평양시 대외건설자양성사업소 소속 인력들은 현재 하루 다섯 차례의 인원 점검을 받고 있다.
대외건설자양성사업소는 러시아 등 해외에 건설인력을 파견하는 대외건설지도국 산하 기관으로 이들은 해외 파견을 앞두고 있거나 과거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건설 노동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을 대상으로 한 첫 번째 검열은 작업 시작 전인 아침 8시에 이뤄지는데, 모든 인원이 한자리에서 인원 점검을 받고 각자 작업장으로 흩어진다.
이후 사업소 당위원회 책임부원들이 오전 10시경 작업이 한창인 현장을 돌아다니며 인원을 재점검한다.
점심 식사 후 작업을 재개하기 직전인 오후 2시에도 이들은 한 자리에 모여 전체 인원 점검을 받는다. 또한 이들은 작업이 끝난 저녁 7시와 취침 전인 밤 10시까지 하루 동안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인원 점검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외건설지도국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매일 30분씩 강연회와 학습을 진행하면서 “수해 복구 전투장에 대외건설자들을 불러준 당의 크나큰 믿음에 사업 실적으로 보답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대외건설지도국이 소속 노동자들을 이렇게 철통 감시하고 있는 것은 이들 중에는 해외 체류 경험을 통해 외부 문화를 접한 노동자들이 섞여 있기 때문에 탈북이 쉬운 국경지대에 머물 경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북중 국경지역은 폭우로 철조망이나 감시카메라 등이 유실된 곳이 많아 그 어느 때보다 탈북이 용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양성사업소 소속 노동자들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지역을 맡아 임시 가옥을 짓는 등 복구 작업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이 일하는 곳이 중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지나친 감시를 받고 있다”며 “대외건설지도국이 이들 중 이탈자가 발생할까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강도 높은 감시 조치가 이뤄지자 대외경제지도국 소속 노동자들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노동자 김 모 씨는 “해외에서 조국을 배반하지 않고 다시 돌아왔는데 국내에서 뭐가 걱정스러워 이런 유치한 놀음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사업소의 조 모 씨도 “죄를 짓고 온 것도 아니고 당의 부름을 받아 왔는데 사람을 믿지 못해 하루 5번씩이나 출석을 장악하는 것을 보면 홧김에 국경을 넘고 싶은 생각까지 든다”며 “솔직히 가족 때문에 국경을 안 넘는 것이지 통제가 무서워 못 넘겠냐”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 사람들은 쿠웨이트나 로씨야(러시아) 등 다른 나라를 다녀온 탕생(해외 파견 경력이 있는 노동자)들로 이미 검증된 사람들인데 과도한 감시를 받으니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전연(국경)지대 주민들이 워낙 외국 영상물을 많이 보고 있고 이 지역에선 해외 정보를 접하기 쉽다보니 대외건설지도국이 마음을 못 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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