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함경북도 회령시 안전부장이 한국 드라마를 본 자식 문제로 해임, 강등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회령시 안전부장이 한국 연속극(드라마)를 본 딸 때문에 이달 중순 상좌에서 소좌로 두 계급 강등돼 리 담당 안전원으로 내려갔다”며 “도(道) 안전국이 중요 사법기관 간부들의 가정에서 반동사상문화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종을 울린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별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가 날아간 건데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왔다“면서 ”자식이 한국 연속극을 봤는데 좌천 정도에 그쳐 당의 은덕에 감지덕지하는 형국”이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회령시 안전부장의 20대 딸은 오중흡청진제1사범대학에 재학 중으로, 지난 달 말 대학 주변 자가집(자취방)에서 친구 2명과 USB에 담긴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다가 도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의 야간 검열로 단속됐다.

조사과정에서 해당 USB의 주인은 회령시 안전부장 딸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안을 전달받은 도 안전국은 곧장 도내 안전기관 긴급회의를 열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의 일선에 서야 할 안전기관 일꾼들의 가정혁명화를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도 안전국은 “최근 신의주 재해복구 현장을 찾은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재해복구는 심각한 대적투쟁이라고 하셨다. 이러한 때 국가의 안전을 책임진 안전원들이 가정혁명화를 못해 당과 수령에 심려를 끼치는 행위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면서 시 안전부장의 해임, 강등을 통보했다고 한다.

가정에서부터 혁명정신을 키우는 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정혁명화’는 1968년 3월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회의에서 처음으로 제기됐다. 북한은 가정을 사회주의 대가정을 이루는 하나의 세포로 여기기에 가정 내에서의 정치사상적 교양을 꾸준히 강조해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21년 채택된 ‘청년교양보장법’ 제27조(청년들에 대한 학교교양, 가정교양, 사회교양의 기본요구)는 “학교와 가정, 사회가 청년들을 혁명적으로 교양하는 사업에서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은 청년교양사업에서 나서는 중요요구이다.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은 누구나 조국의 미래인 청년들의 교양자, 스승이 돼 그들을 집단주의 사상과 애국주의, 고상한 인생관을 지닌 사회주의적 인간으로 키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식통은 “우리나라(북한)에서 간부가 가정혁명화로 걸리면 사돈의 팔촌까지 연달아 문제시될 수 있는데, 그래서 집안에 간부가 없는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며 “회령시 안전부장이 자식 교양을 소홀히 한 것에 대한 응당한 처벌을 받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다만 시 안전부장의 강등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제37조 4항, 자녀들에 대한 교육 교양을 무책임하게 해 반동사상문화범죄가 발생되게 한 경우 10~20만원)이 규정하고 있는 처벌 수위보다 높아 당국이 사법기관 간부들의 자녀 교양 소홀 문제를 더 엄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으로 주민들에게 비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이런 일에 가족 모두를 정치범수용소로 보냈던 과거와 달리 좌천시키는 데서 끝난 것은 사법기관 종사자들 속에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어 그만큼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왔다고 한다.

이밖에 도 안전국은 가정혁명화를 강조하는 것에 더해 ‘자본주의 날라리 녹화물(영상물) 같은 걸 가지고 있으면 솔직히 자백하라’고 재차 당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처벌받은 회령시 안전부장의 딸은 현재 청진시 안전부 구류장에 구금돼 예심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제1적대국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그가 중형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