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민위
- 2023-02-13 06:3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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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이달 초 대부업법을 제정해 금융업 전반을 손보려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북한 내부의 불법 사금융이 임계점까지 부풀자 대대적인 단속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3일 대외선전매체 조선의오늘은 지난 2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4차 전원회의에서 채택했던 '대부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매체는 "대부사업에서 제도와 질서를 세워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필요한 자금을 원만히 보장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28개 조문으로 된 대부법이 새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제6조부터 제11조는 은행의 대부 원천은 중앙은행 또는 다른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부, 예금 등이며 대부는 대부 수요자가 거래하는 은행을 통해 받는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제17조부터 제19조는 대부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은행이 대부계약 문건에 밝힌 담보 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점, 보증자는 대부 수요자가 대부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 대부계약에서 정한 데 따라 자기가 보증한 금액을 대부금으로 상환하여야 한다는 점이 명시됐다.
이밖에 대부사업 과정에 재산상 손해를 발생시켰을 경우 책임 있는 당사자에게 손해보상과 위약금, 연체료 지불과 같은 민사적 책임을 지운다는 점과 법 위반 행위에 따르는 처벌 내용이 제20조부터 제28조 등에 반영됐다.
북한에 대부 업무를 관할하는 법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6년 1월 채택된 상업은행법 제18조는 은행의 업무로 대출·송금·환전 등을 적시하고 있다.
상업은행법 제정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으로 국가재정이 무너진 뒤 일반 주민은 물론 공장과 기업소들마저 신흥 부유층인 '돈주'의 불법 사금융에 의존하게 되면서 관련 요소들을 국가가 통제하기 위해서였다.
북한 정권은 고리대금업, 전당포 등 사적 금융을 자본주의 요소로 간주해 철저히 금지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상업은행법에서 한발 더 나아가 대부 업무만 똑 떼어내 별도의 법을 채택한 것은 그만큼 이 부문에 문제가 누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연합뉴스에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국경을 봉쇄하면서 경제가 어려워진데다 공금융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주민들은 사금융에 기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피해자도 많았을 것"이라며 "사금융 확대를 견제하며 금융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대부법을 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특히 제6∼11조에 '대부는 대부 수요자가 거래하는 은행을 통해 받는다'는 규정에 대해선 "대출을 받으려면 당국의 관리를 받는 은행에 계좌를 만들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북한 주민들은 2009년 11월 실시된 화폐개혁이 전례 없는 실패로 귀결돼 힘들게 모은 재산이 휴짓조각이 되는 경험을 했다. 은행을 불신하게 돼 은행에 큰돈을 맡기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계좌를 만들라'는 것은 결국 당국이 시장의 유휴자본 흡수를 다시금 추진하겠다는 의도가 깔렸을 수 있다.
정 연구위원은 아울러 대부업법 제17∼19조가 '대부금 미상환시 담보재산 처분'을 규정한 것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빌리는 사람들에게 담보로 맡길 사적 재산이 얼마나 있겠느냐. 매우 모순적"이라며 "공식적으로는 세금이 없는 나라인 북한에서 당국이 직접 돈놀이를 하겠다는 것이라 사회주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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