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 지도체제가 조문 정국을 거치고서 외부적으로 보면 분주하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지만 내부적으로 힘겨운 `권력 서열 조정` 작업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김정일 건강 이상이 현실화한 직후인 2009년 초부터 권력 승계작업을 시작해 그 이듬해인 2010년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에게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2인자` 자리를 부여했다.

그 후 지난해 12월 김정일이 사망할 때까지 3년여 권력 승계작업이 진행됐다. 그러나 김정은의 장악력이 아직 확고하지 않아 내부 리더십 확립에 힘이 달려 보인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김정일은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던 탓에 확고한 권력 승계를 위해 생전에 `구세대`의 퇴진을 현실화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생전에 집중적으로 중국을 방문하면서 덩샤오핑(鄧小平)의 원로 퇴진 전략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덩샤오핑의 지명으로 제3세대인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 체제, 그리고 일찌감치 젊은 동량으로 발탁돼 제왕 수업을 받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을 축으로 한 제4세대로의 순조로운 권력이양을 크게 부러워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의 모델을 적용해 보지도 못한 채 김정일 위원장이 갑자기 사망하면서 이런 모든 과제는 김정은에게 떠맡겨진 셈이 됐다.

특히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 과정에서 각각의 3대 세력이 여전한 현실권력으로서 존재하는 게 김정은 체제로서는 적지않은 부담이라는 지적이다.

북한 내부 사정이 외부로 잘 알려지지는 않고 있지만 김정일 사망 후 장의위원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서열 조정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김정일이 사망한 지난달 17일 오전 8시 30분부터 이를 공식 발표한 19일 낮 12시까지 51시간 30분 동안 북한 내부에서는 `치열한` 내부 조정 작업이 있었을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 당국은 고심 끝에 김정일 사망에 대한 공식 발표와 동시에 232명의 장의위원 명단도 공개했다. 이는 당연히 북한 내부의 권력 서열을 살핀 결과였다. 그러나 열사흘간의 추도기간에 여러 차례 서열 조정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서열 조정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신구 세력 간 다툼으로 볼 수 있다. `포스트 김정일 체제`에서 최고영도자로 추대된 김정은 에로 권력을 집중하려는 시도와 그에 `저항`하는 세력 간에 힘겨루기가 가능한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권력 갈등까지 야기될 수도 있다.

그러나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정은이 부친 사망 발표 당일부터 북한 내부에서 영도자로 불리고 영결식을 주도하면서 인민군 최고사령관 직위에 오른 정황으로 볼 때 최고 지도자로서 `위상`에는 변함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3대 권력승계 과정에서 이미 세력화해있는 각각의 세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분란이 생길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간 북한 관영매체들이 쏟아낸 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우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영림 내각 총리,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전하철 부총리, 리용무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태종수 노동당 비서 등은 김일성 때부터 활동하기 시작해 김정일 시절에도 자리를 유지했던 인물들이다. 아울러 인민군의 리을설 원수·김철만 대장 등은 김일성  항일 빨치산 동료라고 한다.

또 현재 북한 노동당과 군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주요 기관 및 단체를 장악하는 세력은 말 그대로 `김정일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장의위원회 명단에 포함된 인사 대부분이 여기에 포함된다. 꼽아보자면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오극렬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요 인물이다.

반면 권력승계 작업이 시작될 때부터 `대장 동지`로 불린 김정은 측근은 상대적으로 적다.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겸임했던 국가안전보위부장 산하의 우동측 제1부부장과 김창섭 정치국장, 김영철 인민무력부 정찰총국장 등이 김정은의 측근으로 거론된다.

일각에서는 섭정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장성택 세력도 언급하지만, 최고 영도자를 넘볼 2인자가 제도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북한 사정을 살필 때 이른바 장성택 계열로 불리고 싶을 인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일 영결식에서의 영구차 행렬에서 모습을 보인 김기남·최태복 당 비서, 리영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김영춘 인민무력부장, 김정각 군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 국가안전보위부 제1부부장 등이 `김정은 시대`의 실세라는 관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베이징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현재 북한에 가장 중요한 일은 내부 `서열 조정` 작업일 것"이라면서 "그 윤곽은 적어도 태양절 행사가 있는 4월이 돼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