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김정은, 중국 배워야 하나 고민했다"
  • 관리자
  • 2011-12-27 17: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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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 인터뷰
"정은, 17세 때 보드카 마시며, 유럽·日은 식량·상품 많은데 北에는 아무것도 없다 고민
장성택은 머리 좋은 2인자… 김정은 배신할 가능성 없어
평소 입조심 안 했던 김정남, 평양 가면 숙청당할 가능성"

1988년부터 13년 동안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64)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TV조선의 '시사토크 판'에 출연하기 위해 방한한 그는 24일 본지와도 인터뷰를 갖고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보아왔다. 그는 (중국식) 개혁·개방을 지향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지모토씨는 이같이 생각하는 이유로 김정은과 17세 무렵 원산초대소에서 그와 보드카를 마시며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당시 김정은은 "우리는 매일 이렇게 제트스키, 승마 등을 하며 즐기는데 일반 인민은 뭘 하는가. 유럽·일본에 가면 식량과 상품이 쌓여 있는데 북한에 돌아와 보면 아무것도 없다"고 고민했다고 한다. 또 "중국의 정책을 배워야 하는 건가"라고 말한 것으로 그는 기억한다.

후지모토씨는 "김정일이 가장 사랑했던 여인 고영희의 아들에게만 후계자 자격이 있었다"며 "김정철은 어려서부터 동생 뒤를 따라다녔고 김정은이 항상 리더 역할을 했기 때문에 김정일이 그런 점을 눈여겨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8세쯤 됐을 때다. 김정은이 이종사촌과 바둑판에 흑돌·백돌을 옮기며 승부를 겨루는 '오셀로'란 게임을 할 때 구경하던 김정철이 "거기가 아니라 여기"라고 훈수를 뒀다. 김정은이 그 말을 따랐다가 실점(失點)으로 이어지자, 바로 그 돌을 집어 형의 얼굴에 던졌다고 한다. 후지모토씨는 "보통 같으면 싸움이 날 텐데 김정철은 오히려 '미안해'라고 말하고 웃었다"고 했다.

후지모토씨는 "김정일 위원장은 아버지 김일성과 매일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정치를 논했고,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권총 자살을 할 생각까지 했다"고 말했다. 파티에서 술에 취한 김정일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방에 들어가 계속 권총을 보고 있는데, 이상하게 여긴 고영희가 와서 '뭘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 없으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될 것 같아요'라고 해서 정신이 들었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icon_img_caption.jpg 북한 김정일의 요리사 출신인 후지모토 겐지씨가 24일 서울 태평로 7층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위). 아래는 김정일을 만나고 있는 후지모토 겐지씨 부부의 모습.
당분간은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와 고모부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중요한 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후지모토씨는 내다봤다. 그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결정됐지만 정책 10개를 얘기하면 1개 정도 반영되지 않을까. 정책을 세우는 사람은 후견인 장성택·김경희와 새 간부들"이라고 했다. 이어 최룡해 당 비서를 주목해야 한다며 "최룡해는 전쟁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돌격하는 특공대이자 장성택이 기대는 오른팔"이라고 말했다.

후지모토씨는 장성택을 "카리스마 넘치고 머리 좋은 사람이며,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 넘버 투"로 묘사했다. 장성택이 김정은을 제거하고 북한판 '수양대군'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에 대해 후지모토씨는 "'러시아에 버린 여자(성혜림)'한테서 낳은 아들이라서 김정일이 처음부터 후계에서 배제했다. 연회에 부르지 않고 군 고위급 간부 모임에서도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마카오에 있는 김정남이 지금 평양에 돌아가도 장례식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피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정남이 일본 언론 등과 인터뷰할 때 '북한'이란 단어를 썼는데 북쪽에선 '조센징'처럼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김정일의 비서였다가 넷째 부인이 된 김옥은 앞으로도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후지모토씨는 전망했다. 그는 "김정은이 어려서부터 김옥은 곁에 있었다. 고영희가 해외에 갈 때면 김옥에게 '파파(김정일) 부탁할게'라고 얘기했을 그런 사이다. 둘 사이가 틀어진 것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후지모토씨는 일본 스파이라는 의심을 받아 1년 넘게 가택연금을 당하는 고초 끝에 2001년 '일본에 가서 성게알을 사오겠다'는 핑계로 아내와 아들을 북한에 남겨둔 채 탈북했다.

인터뷰를 할 때면 늘 선글라스와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그는 "북한 정권은 이미 내가 일본 어디에 사는지 다 알고 있을 것"이라며 "김정일이 쉽게 암살을 못하도록 나를 언론에 노출했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이 두려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얼굴이 알려지면 '김정일의 요리사가 저 동네에 산다'고 소문이 나서 이웃에 폐를 끼칠까 봐 변장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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