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혁명 선동하던 아코디언 女전사, 예술을 노래하다
  • 관리자
  • 2011-09-22 09:3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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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출신 이철옥씨, 아코디언 교수 꿈 꿔

"남한에서는 아코디언 잘 모르디요? 이기 소리가 그렇게 웅장하고 위력이 좋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구로구의 자택에서 만난 탈북자 출신 여성 아코디언 연주가 이철옥(38)씨는 이미 애호가들 사이에선 유명 인사다. 지난 2009년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수차례 공연을 했고 자선 공연도 정기적으로 한다.

아코디언 애호가 카페에서는 이씨를 '우리나라 1등 아코디어니스트'라고 부른다. 우리나라 최초의 아코디언 전공 교수도 이씨 몫이 될 전망이다. 2012년 개설을 목표로 하는 국제예술대학 클래식학부 아코디언 전공 과정의 유일한 교수 후보이기 때문이다. 이씨는 2007년 5월 탈북해 중국·태국을 거쳐 7개월 만인 2007년 12월 입국했다.

탈북자 출신 여성 아코디언 연주가 이철옥(맨 왼쪽)씨가 21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한 교회에서 아코디언을 가르치고 있다.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이씨와 이씨 남편은 북한에서 음악가와 공대 교수로 재직했고 시아버지는 북한 군부에 몸담았던 '고위층'이었다. 하지만 이씨와 남편은 '한류(韓流)' 열풍에 빠져 한국 드라마와 영화에 심취해있다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적발됐다. 직위를 박탈당한 것은 물론이고 옥살이도 해야 했다. 온갖 고초를 겪던 이씨 가족은 '남조선 드라마처럼 살아보자'는 생각에 탈북을 결심했다.

한국에서 아코디언을 전공하는 음악가는 드물다. 몇몇 노(老)연주가를 제외하면 찾기 어렵다. 1960년대부터 아코디언을 '풍각쟁이들의 악기'라고 천대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정반대로 '혁명 선동의 악기'로 각광을 받았다. 이씨는 "아코디언은 북한에서 혁명을 선동하는 무기였다"고 말했다. 북한뿐 아니라 구소련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노동자들을 위한 공연, 선전·선동에 아코디언이 빠지는 경우는 없다. 이씨 역시 노동자들과 군인들의 혁명 정신을 일깨우던 아코디언 선동가였다. 이씨는 "북한에서는 혁명가요, 노동요에만 아코디언이 쓰였다"고 말했다.

이씨는 정착금을 털어서 아코디언을 구입했고, 탈북자 문화 예술인으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에 들어가 아코디언 연주를 맡았다. 아코디언으로 혁명을 선동하던 인생 1막을 끝내고 음악가로 제2막을 시작한 것이다.

'아코디언 전공 교수'가 되면 인생 제3막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씨는 "한국에서 내 손으로 세계적인 아코디언 연주가를 키워내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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