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북한에 노동자 고용해 월급주는 사업가 등장
  • 관리자
  • 2011-09-21 09:46:31
  • 조회수 : 3,623

정부 "北 배급제 거의 붕괴… 지하경제가 계획경제 압도하는 準자본주의"
중국서 버스 구입해 운영하고 배 사서 어민 고용 船主까지… 광산 갑부·버스 갑부 등 출현
장마당 수준 넘어 私경제 확대 "北당국 시장통제 급속 약화"

북한의 지하경제가 장마당에서 생필품을 사고파는 초보적 수준을 넘어 전국 도처에 신흥 갑부들이 출현할 정도로 급속히 고도화하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안보부서 당국자는 "계획경제가 유명무실해지고 극히 자본주의적인 지하경제가 이를 압도하는 형국"이라며 "북한이 아직도 사회주의 체제인지 헷갈릴 정도"라고 했다. 북한에 '준(準)자본주의'가 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흥 갑부 활개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이날 "최근 북한에 버스를 소유하고 노선을 운영하는 운수 갑부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에선 개인의 차량 소유 자체가 불법이다. 하지만 이들은 중국 등에서 구입한 차량을 기관·기업소의 명의만 빌려 등록한 뒤 영리 목적으로 노선을 운영한다. 이들은 명의를 빌린 대가로 수익금의 10~15%를 해당 기관·기업소에 납부한다고 한다.

선주(船主)들이 주민들을 고용해 어로(漁撈) 활동에 나서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이들은 중국제 모터와 위성항법장치를 탑재한 3~5m짜리 소형 목선을 구입한 뒤 어촌지역 주민들을 고용해 조개 등을 채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주민들을 고용하는 행위 자체가 북한의 자본주의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했다. 드물기는 하지만 선단(船團)을 꾸려 기업형 어로활동을 하는 선주들까지 출현하고 있다.

일부 갑부는 자원채취 등 신규 업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다. 국영 탄광에 장비·자재를 동원하고 노동자 20여명을 고용해 석탄을 채굴한 사례도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대부업자 중에는 '돈데꼬'라 불리는 단순 고리대금업을 넘어 북·중 상인들 간의 대규모 무역대금 결제를 대행해주는 재력가들도 등장하고 있다.

 
자본주의에 중독된 주민들

북한에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근간인 배급제는 거의 붕괴한 상태다. 배급제로 살아가는 인구는 평양시민 260만명과 북한군 120만명 등 약 400만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소식통은 "북한 주민 2000만명은 장마당을 중심으로 한 지하경제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고 했다.

소식통은 "주민 1세대당 생계비가 북한돈으로 월 9만~10만원인데 국영공장·기업소의 임금은 월 2000~8000원 선"이라며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전 주민이 장사꾼, 수공업자, 운수업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북한 내 상점·식당·미용실의 상당수는 개인이 운영하고 있으며 음악과 외국어를 가르치는 사설 과외행위도 성행하고 있다. 가내 수공업은 분업 형태로 주문을 받아 가구 등을 대규모 생산하는 유사(類似) 제조업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들은 월 8만~9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역 앞이나 시장 인근에서 리어카로 여행객이나 상인들의 화물을 운반해주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북한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택시처럼 '기본요금'이 있고 거리에 따라 요금이 차등 부과된다.

농촌 주민들은 100~160㎡(30~50평)의 텃밭이나 산을 개간한 600~1만㎡(200~3000평)의 뙈기밭에서 재배한 옥수수·콩을 장마당에 판매해 수입을 얻는다. 뙈기밭 500평(약 1600㎡)에서 옥수수를 재배할 경우 연간 700㎏을 수확한다고 한다. 자체 소비분을 빼고 매달 50㎏씩 장마당에 팔면 3만~4만원을 번다. 소식통은 "북한 일반 주민들은 생필품의 80~90%, 식량의 60~70%를 시장에서 조달할 정도로 사경제 의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인 경제력 갈수록 커져

북한의 사(私)경제 확대는 계획경제 영역 내의 자원들을 시장으로 유출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 당국의 재정운용 능력이 약해지는 반면 개인들의 경제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외부로부터 대규모 식량 또는 생필품이 지원되면 꺼져가던 북한 계획경제와 배급제를 회생시켜 북한 당국의 시장통제 능력만 키워주게 된다"며 "인도적 지원 효과보다는 주민억압에 악용될 가능성이 큰 퍼주기식 지원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