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무장간첩 토벌작전, 15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았다
  • 관리자
  • 2011-09-21 09:4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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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같은 리멤버 9·18 훈련
군사령부가 대항군 직접 운영, 작전부대에 정보 전혀 안줘
당시 생포된 이광수씨 "간첩 잡으려면 간첩의 시각으로 움직여야"

20일 새벽 1시 17분쯤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앞바다. 파도 소리만 들리는 초소 전방에서 희미한 불빛과 함께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초병에게 관측됐다.

이 사실이 보고되자 육군 23사단 상황실이 긴박하게 움직였다. 초소의 감시 장비인 'TOD' 영상을 확인한 군은 우리 어선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사단은 즉각 초기대응반을 가동했다. 해안에 경계 병력과 수색대원들이 급파됐다. 주변 도로 20여곳에서 검문·검색이 시작됐다.

1996년 9월 18일 25명의 무장간첩이 잠수함을 타고 안인진리로 침투했을 때 벌어진 작전을 잊지 말고 대비 태세를 다지자는 의미의 올해 '리멤버 9·18훈련'은 이렇게 시작됐다. 군은 '두 번 다시 적의 침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각오로 사건 발생 이듬해부터 매년 이 훈련을 벌여 왔다. 특히 올해는 예년과 달리 군사령부가 대항군(간첩)을 직접 운영하면서 작전부대에 일체의 정보를 주지 않았다. 훈련이 더욱 실전 상황 같아졌다.

20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안인진리 앞바다에서‘리멤버(remember) 9·18’대간첩 작전훈련 중인 육군 23사단 장병들이 가상 무장간첩의 해안 침투 흔적을 찾고 있다. 1996년 잠수함을 타고 온 무장간첩 25명의 침투사건 이후 매년 행해진 이 훈련은 올해부터 1군사령부가 직접 나서 실전과 같이 진행했다. /김지환 객원기자 nrd1944@chosun.com
오전 7시쯤 수색대원들이 해안 괘방산 정상 부근에서 간첩들이 버린 송·수신기와 물안경을 발견했다. 해안에 구축한 차단선이 뚫린 것이다. 군은 괘방산 일대를 넓게 둘러싸는 차단선을 다시 구축하고 대대적 수색작전을 펼쳤다. 소총을 두드려 신호를 보내는 소리만 들릴 뿐 발걸음 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

날이 밝자 헬기와 군견이 투입됐다. 오후 1시쯤 수색정찰을 하던 대원들은 산속 독립가옥에 숨어 있던 간첩 한 명을 발견, 은밀히 접근해 정확하게 사살하는 탐색 격멸작전을 펼쳤다. 오후 3시쯤엔 수상한 사람이 민가에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간첩을 생포하는 데 성공했다.

1군사령부 예하 부대 장병 1만명과 장비 830여대, 대항군 25명이 투입된 이번 리멤버 9·18훈련은 남은 적을 모두 소탕하는 시나리오로 21일까지 이어진다.

군은 지난 14일 간첩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광수(48)씨를 북한 잠수함이 전시된 안인진리 통일안보공원으로 초청해 현장 전술 토의도 가졌다. 이씨는 이 자리에서 "북에서 훈련받을 때 만들어 놓았던 도로, 바위, 레이더기지, 해안 초소 등 지형·지물과 남한의 모습이 똑같았다"며 "침투 경로의 아군 초소에 병력이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우리 군의 시각으로 적의 도주로를 판단하면 안 된다"며 "도주로가 아닐 것으로 여겨지는 곳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을 전제하고 작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태 23사단장은 "북은 반드시 다시 도발할 것"이라며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대비해야 한다"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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