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탈북여성들, 어려움 피하려 재혼 반복…자립 지원해야"
  • 북민위
  • 2023-07-17 06: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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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을 통해 힘든 현실에서 탈피하려는 탈북여성이 이혼과 재혼을 반복하면서 자신뿐 아니라 자녀도 병 듭니다."

탈북 미혼모·장애인 자립지원협회의 이나경 대표는 "탈북이나 인신매매 과정에서 장애를 얻은 여성이 한국에서 자립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금천구 협회 사무실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반복되는 재혼 과정에서 보육원에 보내진 자녀들이 성장한 뒤 모친을 가학하기도 한다"며 "탈북민 가정폭력의 대부분은 노인학대"라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 없이 강연비 등을 모아 지난 2017년 협회를 설립한 이 대표는 현재까지 탈북민과 자녀 520명에게 장학금과 격려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또 480여명이 피해를 본 다단계 사기 등에 법률적 도움을 32건 제공했다고 한다.

그는 "탈북민들이 법률적 지식이 없어 사기 등 피해를 많이 본다"며 관련 법률 자문 등 정부의 지원 필요성을 제기했다.

다음은 문답.

-- 언제, 어떤 이유로 탈북했나.

▲ 평양 출신으로 김형직사범대를 나와 국가보위성에 근무했다. 남편은 4·25훈련소 미사일 부대의 군무원으로 근무했다.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이 전쟁물자 창고를 군부대 근무자와 가족에게 풀었다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찰 때 걸리자 햇병아리 부하인 남편에게 책임을 뒤집어씌웠다. 배신감을 느낀 남편과 함께 2003년 탈북해 중국으로 갔다.

-- 탈북 후 가족에게 피해는 없었나.

▲ 남편 집안은 김일성 회고록에 항일 물자를 지원한 함흥의 '애국 지주'로 등장할 정도로 잘 나갔던 집안이다. 그런데 탈북 이후 집이 사라지고 가족도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제 가족도 평양에서 집을 철거당한 채 남포로 추방됐다. 북한은 가족과 임지현(2017년 재입북한 탈북 방송인)씨를 내세워 나를 비난했다.

-- 한국에는 언제 입국했나.

▲ 탈북 후 한차례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중국 공안에 잡혀 10개월간 수용소 생활을 했다. 남편은 북한 미사일 비밀을 캐려는 중국의 물·전기 고문으로 하반신이 마비됐다. 2005년 임신한 상태로 남편과 재차 한국행을 시도해 성공했다.

-- 초기 한국 생활은 어땠나.

▲ 남편이 장애 1급이어서 대신 가장 노릇을 했다. 안보·통일 강의로 생계를 꾸렸다. 아이는 잘 커 줘 의대생이 됐다. 13살짜리 꽃제비 출신 탈북 청소년을 친아들처럼 보살폈다. 하지만 소년원에 갈 정도로 적응에 어려워하는 것을 보면서 청소년기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 고아에 대한 관심을 갖다 보니 이들 뒤에 미혼모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중국에 선교사로 나가서 탈북고아들과 미혼모, 장애인들을 위해 사역했다.

-- 협회 설립 계기가 됐나.

▲ 장애인 남편을 돌보면서 장애인 가정에 관심을 가졌고 '엄마가 바로 서야 아이도 바르게 자란다'는 생각이 들어 2017년 7월 말 탈북 미혼모·장애인 자립 지원협회를 설립했다.

-- 협회는 어떤 일을 하나.

▲ 탈북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가운데 중국에서 인신매매돼 결혼했다가 남편의 폭력으로 실명·난청 등 장애를 갖거나 공안에 쫓기다가 다리 등을 다친 이들이 있다. 장애등급 4∼6급인 경우 장애수당이 4만∼5만원밖에 안 돼 자녀를 부양하기 어렵다. 중국에서 팔려 다닌 경험이 있는 일부 탈북여성은 한국에서도 3차례 이상 결혼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그룹홈이나 보육원에 보내진 자녀가 성인이 돼 엄마를 폭행하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 가정 폭력 사건의 대부분이 노인 학대다. 협회는 이들을 돕고 자녀 장학금과 학원비도 지원한다.

-- 활동에 어려움은 없나.

▲ 탈북자들은 한국 법에 대한 기초지식이 없어서 임금 체불, 산업재해, 다단계 사기, 의료사고 등 피해를 종종 본다. 한 탈북자가 옷 가게 주인에게 속아 옷을 10배 비싸게 샀다가 환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져 700만원의 피해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이 탈북자는 한국에서 무시당했다고 생각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고 남편이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남북하나재단에는 사기 등과 관련한 법률지원이 예산에 책정돼 있지 않아서 사각지대다. 그동안 교회 장로인 사무총장과 함께 사재를 털어 법률 자문 관련 비용 등으로 2억원을 지출했다.

탈북 장애인 운영 붕어빵 매점
탈북 장애인 운영 붕어빵 매점

[이나경 대표 제공]

-- 지원 성과가 있었나.

▲ 5배수 배당 지급 등을 약속하고 회원 가입과 물품 구매를 유도한 다단계 회사에 속아 2017년부터 취약계층 탈북민 480명 정도가 70억원 정도의 피해를 봤다. 경찰에 신고해도 4년간 4차례나 증거 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작년 5월 협회의 기자회견 이후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회사 대표의 9개 부동산이 가압류돼 경매에 들어갔다. 보상 기회가 생긴 것이다. 2017년 화물차 운전을 하던 30대 탈북자가 졸음운전 사고로 사망했는데 회사에서 홀로 남겨진 모친에게 1억원 보상을 요구해 모친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조사 결과 회사가 사고 전 탈북자에게 잠도 안 재우고 학대한 사실을 알게 돼 항의하고 고소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자 회사가 산재보험으로 처리하고 모친에게 1억원 배상도 했다.

--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할 부분은.

▲ 맞춤형 정착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탈북민 사이에서는 남북하나재단이 임원 월급은 많지만, 후원금을 적절하게 집행하지 않는 등 제 기능과 역할을 못 한다는 원망이 많다. 탈북민 단체에 500만원 정도 지원한 뒤 1년에 6차례나 감사를 벌이고 지원 공고도 굉장히 까다롭다. 작년 장애인 탈북자들이 비교적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붕어빵 매점을 왕십리 등 3곳에 개점했는데 추가로 늘리기 어렵다. 지자체 등이 공간 임대를 지원해주면 좋을 것 같다. 매점 수익금 일부를 탈북민단체에 지원해주는 법이 생기면 탈북 고아와 취약계층 탈북민을 돕는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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