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뉴스] [탈북人] ④"인신매매 北여성들, 도주했다가 브로커 다시 찾아가"
  • 북민위
  • 2023-05-08 05: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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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도 말이 안 통하고 신분증도 없어 (인신매매) 브로커에게 다시 연락합니다."

탈북 여성 진미영(가명·51)씨는 중국 남성에게 팔려 간 북한 여성들이 학대를 못 견뎌 도망치더라도 갈 데가 없어 자신을 매매한 브로커를 되찾아가 다시 팔려 가는 신세가 되곤 한다고 말했다.

탈북 여성은 중국 남자에게 팔려가 결혼하더라도 혼인신고나 신분증인 후커우(戶口)를 만들 수 없어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진 씨는 지난달 27일 서울 강동구의 탈북난민인권연합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는 여성이 "가정도 책임지고 집안일도 하지만 여성에 대한 대우는 열악하다"고 토로했다.

자녀 셋을 둔 그는 "봄철 '고사리 방학' 기간 아이들이 외화벌이용 고사리를 채취하지 못해 돈으로 대납했고 선생님 생일에도 돈을 줘야 했다"며 12년 의무 교육제의 허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진씨와 문답.

-- 언제, 어떤 계기로 탈북했나.

▲ 양강도 보천군에 살다가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후 혜산시로 가서 군부대에서 식모(가정부) 일을 했다. 생계가 어려워 2014년 12월 중국 산둥(山東)성에 있는 공장에 일하러 갔다. 중국에서는 월 2천∼3천위안(38만∼58만원)씩 6개월 벌면 북한에서 1년 동안 장사를 할 수 있는 밑천이 된다. 중국 공안이 단속하는 바람에 당시 19살이던 아들을 포함해 남성 4명이 잡혀갔다. 마대에 들어가 쓰레기통을 통해 혼자 빠져나온 뒤 숨어 지내다가 2016년 6월 한국으로 들어왔다.

-- 중국에서는 어떻게 지냈나.

▲ 중국 공안에 잡히지 않기 위해 숨어 지냈다. 숙소를 옮겨도 (인신매매) 브로커들이 귀신같이 알고 찾아와 돈 많은 사람 소개해주겠다고 알선하고는 했다. 정말 살기 힘든 북한 여성들은 브로커를 찾아간다. 중국 남성에게 팔려 가면 매를 맞는 등 짐승 취급을 당하기도 한다. 장가를 못 간 중국 남성들은 북한 여성을 사면 (도망 못 가도록) 자식부터 가지려 한다. 중국에 있을 때 북한에서 팔려 온 언니 2명을 만난 적 있는데 3번 넘게 팔렸고 애도 서너명씩 낳았다.

-- 중국에서 잡히면 어떻게 되나

▲ 알몸 수색을 해서 현찰을 다 뺏는다. 남성이 신체검사를 해도 빌어서라도 빠져나와야 하니까 성적 수치심 같은 걸 느낄 겨를이 없다. 북송된 후 집결소를 거쳐 (노동)단련대에 가서 몇개월 복역한다. 제 아들은 남한에 수출하는 중국 회사에서 일했다는 이유로 6개월간 안전부(경찰), 검찰 조사를 거쳐 교화서(교도소) 에서 2년 징역을 살았다.

-- 교도소 생활은 어떤가.

▲ 찐 콩만 조금 주기 때문에 가족이 미숫가루라도 안 넣어주면 굶어 죽는다. 한국에 와서 종종 만나는 동생은 16살에 중국에 가서 20년간 3차례 북송됐다. 교화소에서 먹을 게 없어서 쥐, 개구리를 먹었다가 머리에 벌레가 생겼다고 했다. 한국에 와서 치료받아 생명은 유지했지만, 아직도 두통으로 고통받고 있다. 최근에는 탈북자 가족들을 함경남도 장진, 부전 등 국경에서 멀리 떨어진 내륙으로 추방한 뒤 탈북자가 교도소에서 나오면 역시 내륙으로 보낸다.

-- 한국에 더 일찍 올 생각은 안 했나.

▲ 한국은 사람을 때리고 죽여서 못 살 곳이라고 배웠다. 미제보다 더 나쁜 나라로 알고 있었기에 한동안 중국에서보다 돈 많이 벌 수 있다는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 북한 군부대 내 생활은 어땠나.

▲ 사회와 달리 배급을 주고 땔감용 화목을 주는 것은 나은 편이다. 그런데 한 달 월급이 1천800원으로 1천500원인 계란 하나 살 정도밖에 안 돼 생계나 자녀 교육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장마당에 가서 다른 약초라도 팔아야 했다.

-- 장마당 활동은 여성들이 많이 하나.

▲ 남자들은 장마당에서 단속품을 팔다가 안전원(경찰관)과 규찰대에 걸리면 죽을 만큼 맞기도 한다. 여자들은 물건을 안 뺏기려고 발악해도 심하게 맞지는 않는다. 규찰대가 무서워서 10명씩 뭉쳐 다니며 장사한다. 북한에서는 여자들이 일을 더 많이 한다.

-- 북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대우는 어떤가.

▲ 직장에서 남성들은 여성 부하직원에게 '이 간나(계집아이)' '늙은 간나' 등 막말을 한다. 그런데 여성들은 남성 부하직원에게도 존댓말을 써야 한다. 힘 있는 작업반장, 분조장 등이 아래 여성을 건드리는 경우도 있다. 남한에서는 성폭력을 큰 사건으로 보지만 거기서는 그렇지 않고 고소할 데도 없다. 착하고 어진 사람들은 당하고 울면서 산다.

탈북 여성 진미영(가명)씨
                                                                       탈북 여성 진미영(가명)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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