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소식]
탈북화가 강진명씨 내년 2월 생애 첫 개인전
- 관리자
- 2010-05-10 14: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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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화가 강진명씨 내년 2월 생애 첫 개인전
단풍이 고운 가을산, 나룻배가 흘러가는 강어귀, 하얀 포말이 가득한 바다를 그린 한국화가 작은 마루에 쌓여 있었다. 구름을 뚫고 치솟은 '금강산 비로봉', 하얀 백로들이 날갯짓하는 '금강산 천선대(天仙臺)', 무지개 바위가 우뚝한 '칠보산 해칠보(海七寶)'….강진명(57)씨가 붓으로 옮긴 대한민국 자연의 아름다움이 캔버스에 가득했다. 탈북화가인 강씨는 내년 2월 1일부터 일주일 동안 서울 인사동 '서울미술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70여점을 내놓는다. 서울 신당동 임대아파트에서 만난 그는 "북한에서 개인전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인 강씨는 1999년 탈북했다. 1974년 평양의 한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군부 소속 작가로 활동하며 김일성·김정일 부자(父子)의 초상화나 전쟁 장면을 묘사한 선전용 그림을 그렸다. 그는 "가족과 함께 탈출하려 무던히 애썼지만 끝내 실패했다"고 했다.
강씨는 중국 칭다오(靑島)로 갔다. 조선족으로 신분을 숨기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액세서리 공장에서 일하며 안정된 삶을 꾸리던 그는 2007년 간경화로 쓰러졌다. "한국으로 가세요. 그래야 살아요." 지인의 충고를 받아들인 강씨는 작년 4월 입국했다.
3개월 뒤 강씨는 서울 신당동 임대아파트에 입주했다. 그리곤 바로 붓을 잡았다. "그림 빼고 할 줄 아는 게 뭐 있겠습니까." 그는 온종일 그림을 그리며 보낸다. 소달구지가 정겹던 고향 마을 풍경, 남한에 온 뒤 처음 보았던 낙산사 의상대는 그가 즐겨 그리는 소재다. 국립의료원에서 정기적으로 건강을 돌봐주고 있다.
탈북자 초대전, 미술관 주최 공모전에 간간이 참여했지만 북의 보복이 두려워 본명 대신 '강호'라는 가명을 써야 했다고 강씨는 말했다.
강씨에게 꿈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의 작품 활동을 눈여겨본 서울미술관이 대관료와 도록 제작비 등 전시회 제반 비용을 후원하겠다며 손을 내민 것이다. 마시풍 서울미술관장은 "탈북자 중에 강씨처럼 재능이 범상치 않은 예술가들이 많다"면서 "이들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하도록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김 부자의 그림을 억지로 그리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자유롭게 창작할 수 있는 지금은 천국과 같다"고 말했다.
"참 먼 길을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싶은 풍경, 이제 맘껏 그릴 수 있는 거죠?" /N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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