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惡魔)와도 소통할 수는 없는 노릇
  • 관리자
  • 2010-08-12 16:3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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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장엽의 민주주의 강좌]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대북(對北)금융제재를 실시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물론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말입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북한의 경제사정이 과거보다 나아졌으면 나아졌지 못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제재를 가한다고 해도 북한체제가 치명타를 입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염원에 희망을 걸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중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그들의 태도를 고쳐야 합니다. 천안함 사건이 김정일의 소행임을 영리한 중국인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알기 때문에 그들 또한 고충이 있습니다. 그러한 고충 때문에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조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느 편도 들 수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의 진심입니다.

이러한 중국의 입장은 “우리는 남침(南侵)과 북침(北侵) 모두 반대하며 평화를 원한다”는 과거 우리 정부에 전달한 입장을 다시금 반복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 이상을 그들에게 요구하니 자국의 근본이익에 맞지 않는 중국으로서는 거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대화를 촉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무조건적 대화의 방식을 취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사회통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야 절대적으로 옳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원칙에서 통합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중도(中道)를 주장할 때는 무조건적인 사회통합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여야의 장단점을 따져서 국민의 이익의 견지에서 두 파(派)가 스스로의 단점을 고치고 국민의 이익에 맞는 원칙에서 통합하는 방향을 취해야 합니다. 이를 무시하고 무조건 통합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반드시 국민의 입장에서 두 파의 장점을 가려서 국민의 이익에 맞는 선에서 통합하고 소통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소통한다고 해서 악마와도 소통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정의(正義)의 민주주의적 원칙에서, 국민의 이익에 맞는 원칙에서 소통을 해야 합니다.

운명을 같이 하는 사회적 집단의 공통된 이해관계를 옹호하는 입장이야말로 국민의 이익을 옹호하는 민주주의적 정의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국가와 국민의 최고지도자가 견지해야 할 국민적 입장, 민주주의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통합과 소통정치는 국민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사회통합과 소통정치를 주장하려면 무조건적이 아니라 원칙적 입장에서 조건을 제시해 주어야합니다. 그리고 그 조건은 국민의 입장에서 제시해야 합니다. 무조건 대동단결(大同團結)한다는 식으로 나아가서는 안 됩니다. 국민에게 잣대를 줘야 합니다. 공명정대한 잣대, 그것이 정의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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