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일
- 2012-05-23 09: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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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신경순 씨(신영무역)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탈북여성 기업인으로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그녀의 성공담은 언론사 등 여러 매체에서 모범적인 정착사례로 자주 언급됐었는데 그랬던 그녀가 지금은 폐업을 고민한다고 한다.
그녀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바로 세금 때문이다. 한국에서 사업하려면 세금 관련 공부부터 하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뛰어난 사업가도 세법은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문제이다. 현재 신경순 대표가 운영하는 신영무역 종업원들은 100% 탈북자들이다. 국내 최초로 성공한 탈북여성 기업인이라는 사실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순수 탈북자들의 기업체라는 의미 또한 상당히 크다.
그녀는 2008년 5월 한국에 입국하여 8월 하나원을 나왔다. 서울 거주를 바라는 다른 탈북자들과 달리 부산으로 내려간 그녀는 어느 약밤회사의 중국어 통역으로 근무했다. 그러던 중 회사가 부도나자 2200만원을 매달 분할지급한다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2009년부터 신영무역 대표가 됐다. 2009년 1억여 원에서, 2010년에는 6억, 그리고 작년에는 15억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신대표의 노력으로 신영무역은 약밤사업에서는 단연 1위기업이 됐고 중소기업 브랜드상까지 받았다. 회사의 성장만큼이나 탈북자 종업원도 배로 늘었다. 뉴포커스가 탈북정착스타로 소개하면서 그녀는 많은 언론사들의 조명을 받게 됐는데 당시 신대표에게는 말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작년 9월 김해세관에서 수입가격 허위신고 관련 관세포탈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것이다.
탈북자들끼리 모여 일단 회사를 시작하고 보니 세무관계나 법적 조항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에 변을 당한 것이다. 아는 지인이 하도 부탁해서 신영무역 사업체 명의로 중국에 돈을 보냈는데 이것이 불법인 줄 전혀 몰랐던 것이다. 결국 관세포탈로 8300만 원을 추징받게 됐다. 그런데 잇달아 동래세무서의 조사가 시작되면서 또다시 거액의 추징금을 요구했다.
뉴포커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신영무역에 근무하는 탈북자들은 울면서 하소연했다. "신경순 대표가 불쌍하다. 탈세도 알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냥 많이 팔면 되는 줄 알았다. 우리 신영무역은 2009년 중순에 회사를 시작했다. 어느 회사나 설립 첫 해에는 수입이 없어 단순장비로 처리하는데 그때부터 계산해서 거액의 추징금을 때리면 우리는 지금 망할 수밖에 없다. 아니 김해세관의 표적수사로 1억에 가까운 추징금을 냈는데 재차 동래세무서가 들어와 또 내라면 사업하지 말라는 소리나 같다. 신경순 대표는 언론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다른 탈북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우리 회사 또한 많은 도움을 받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돌아온 것은 사람들의 시기와 국세청 표적이 된 것뿐이다."
그러지 않아도 신영무역은 그동안 경쟁회사들의 끊임없는 신고와 견제에 시달려왔다, 심지어는 "키즈약밤"이란 브랜드를 사전에 가로채 등록해버리는 경쟁업체도 있었고 신영무역의 상품들을 폄하하는 사진과 댓글들을 일부러 인터넷에 도배하는 업체도 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생활경험을 살려 약밤 구입부터 판매까지 신경순 대표가 직접 관리 감독했고, 더구나 탈북자들이 한 가족처럼 함께 숙식하며 일심동체가 된 덕에 불과 3년 만에 국내 약단밤계에서는 단연 1위의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세관이든 세무서이든 연달아 조사가 이어지고 거액의 추징금을 요구할 만한 타당성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신대표와 마찬가지로 한국 사정에 밝지 못한 북한출신 사업가들이 세무와 관련한 지식이 부족하여 사업 초반 벌어놓은 돈을 세금포탈 등으로 한꺼번에 추징당해 몰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런 아픔을 경험한 탈북자들은 하나같이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성공하면 안되는가? 탈북자는 그냥 서비스업종에서만 일해야 하는가?"고 말이다.
남한 사람들과 동등하게 경쟁하자면 우선 그 준비부터 서둘러야 한다는 것을 깨닫기엔 탈북자들에겐 너무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사전교육 및 자문 등의 분야별 정착지원이 부족한 현재의 탈북자정착지원 시스템에는 분명 큰 공백이 있다. 이는 통일부만이 아니라 정부 부처 간 상호 보완적 관심을 갖고 공통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결코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탈북자들의 정착성공을 지원한다면서도 구체성은 없이 형식과 일반화에만 정책의 초점이 맞춰지니 나날이 하향 수준에서만 탈북자들의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국내 1위기업 중에 탈북자 출신 여성 기업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있다는 사실은 탈북사회에 큰 충격이자 희망이었다. 더구나 3년 만에 맨 손으로 이룬 기적이어서 신경순대표처럼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탈북자들이 꽤 많았다. 그 선망의 주인공이었던 신경순대표와 신영무역이 한국에서 꼭 성공하겠던 야심을 포기하고 이대로 무너지게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탈북자들에겐 과연 이 한국 사회가 경험할 수록 더욱 멀어만지는 아득한 꿈의 세상이었단 말인가?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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