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생명권 침해실태 담아 첫 공개발간 北인권보고서
  • 북민위
  • 2023-03-31 07: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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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508명이 증언한 인권침해 사례를 근거로 작성된 '2023 북한 인권보고서'가 31일 공개된다. 북한 인권보고서는 북한인권법이 제정된 다음 해인 2017년부터 매년 발간돼 왔다. 다만 일반에 공개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30일 정부에 따르면 북한 인권보고서는 "북한에선 공권력에 의한 자의적 생명 박탈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적시했다.

 북한 국경 지역에서 사법절차 없이 '즉결 처형'한 사례, 한국 영상물 시청·유포, 종교·미신행위 등 자유권 규약상 사형이 부과될 수 없는 행위에 대해 사형이 집행된 사례에 대한 증언들이 지속해 수집됐다. 청소년들이 아편을 사용하고 한국 영상물을 봤다는 이유로 처형됐다는 증언은 주요 사례 중 하나다. 

임신 6개월인 한 여성은 손가락으로 김일성의 초상화를 가리키는 동영상 속 장면이 문제가 돼 공개 처형됐다고 한다. 정치범 수용소에선 처형과 강제노동이 이뤄지고 있고 국군포로·납북자·이산가족은 감시와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금시설에서의 인권유린은 물론 당사자 동의 없는 생체실험까지 자행되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은 더해진다.

450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에는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과 함께 북한 주민의 열악한 생활상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평가다.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북한 여성은 각종 폭력에 노출돼 있었다. 또 식량 배급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부분 주민이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무상치료제가 무색하게 많은 주민이 의료진에게 현금과 현물 등 사례를 해야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북한 인권보고서가 비공개돼 온 것은 탈북민의 개인정보 노출 우려와 북한의 반발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제기된다. 이에 더해 남북 또는 북미 관계 동향과도 무관치는 않았던 듯하다. 정부는 올해부터 방침을 바꿨다. 북한의 인권 침해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고 실질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다. 이번 보고서는 2017∼2022년 탈북한 북한 주민들이 증언한 1천600여개 인권 침해 사례가 바탕이 됐다. 그동안 북한 내부의 심각한 인권 침해 사례들은 유엔이나 국내외 민간 단체들의 관련 보고서에 담기기도 했다.

이번 인권보고서 공개는 북한의 인권 유린·침해 실태를 정부 차원에서 공식화하는 것이다. 북한 인권의 실질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제 사회와의 긴밀한 연대와 협력 필요성은 커진다. 정부는 내달 초 유엔 인권이사회 제52차 회기에서 채택될 북한인권결의안에 5년 만에 공동 제안국으로 최근 복귀했다. 

그간 남북 관계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2019년부터 4년 연속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서 빠져 있었다. 지난해 유엔총회에 제출된 북한인권결의안에도 4년 만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정부는 이번 보고서가 북한 인권 분야의 공신력 있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영문판 발간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을 환기하면서 실효적인 역할을 해 나가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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