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서로 공 넘기지 말고 구체안으로 접점 모색해야
  • 관리자
  • 2021-05-06 06: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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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과 미국이 미국의 새 대북 정책 기조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이 외교적 해결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 회의에 참석 중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발언을 통해서다. 

블링컨 장관은 도미닉 라브 영국 외교장관과 함께 한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답하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새 대북 정책이 외교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외교적으로 관여할 기회를 잡길 바란다며 북한의 호응을 주문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달 30일 대북 정책 검토 완료를 선언한 지 사흘 만이다. 블링컨 장관은 한국, 일본의 외교장관과 양자 회담도 열어 대북 정책을 조율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재가동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면서 동맹국과 주변국을 상대로 외교전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블링컨 장관은 다가올 수일, 수개월 내에 북한이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실제로 행동하는 것까지 지켜보겠다면서 외교적 관여 여부 결정이 북한에 달렸다고도 했다. 외교와 함께 강한 대북 억지력을 동시에 강조한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북한이 잇단 성명으로 강하게 반발한 상황에 개의치 않으며 공을 북한에 넘기는 모양새다. 

상세 내용까지 공개되진 않았지만, 새 대북 정책이 상당히 신중하게, 실용적으로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는 정상 간 스킨십을 동원한 톱다운 방식을 즐겨 구사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블링컨 장관의 발언은 북한을 크게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으로서는 급할 게 없고 북한의 태도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읽힌다. 비핵화 협상이 조속히 재개돼 남북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순환이 시급한 상황에서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도 않았는데도 쉽게 발끈하는 북한의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은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세운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강한 반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이 외교 노력과 함께 언급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단호한 억지' 표현에 민감하게 반응한 듯하다. 여기에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북한 인권 상황 비판과 남한 내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가 겹쳐 북한의 심기를 건드린 형국이다. 

북한의 강력 반발은 본격 협상을 앞두고 대미 압박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군사적 도발로 향한 명분을 쌓으려는 수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압박이 지나치면 대화로 가는 길을 막는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북한은 명심해야 한다. 신경전을 벌이더라도 협상에 문을 열어 놓는 열린 자세가 북한에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상황으로는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신중 모드로 미뤄볼 때 당분간 긴장을 감수하더라도 북한에 섣불리 당근책을 제시하지 않을 모양새다.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적대시 정책 기조를 버리지 않았다며 북한이 강한 불만을 표시하는 만큼 미국의 진전된 카드 제시가 없다면 쉽게 협상에 응하지 않을 태세다. 

서로 양보안을 먼저 내놓으라고 압박하며 협상 교착의 책임을 떠넘기는 국면이 재현될 조짐이다. 그렇게 되면 대화 진전 없이 비난전이 지루하게 펼쳐질 공산이 크고 그에 따라 남북 관계 교착도 길어질 수 있다. 군사적 긴장 고조 등 상황 악화를 막으려면 북미가 정책 기조에 관한 도돌이표 공방 수준을 뒤로하고 현실적인 단계적 접근법을 찾아야 한다.

 상호 양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절충안을 갖고 대화하는 게 긴요하다. 오는 21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미 간 접점 모색을 위한 새로운 해법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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