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제와 오늘] ‘공화국 원수’ 계급장 변화와 김정은 속내
  • 관리자
  • 2021-02-18 07: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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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연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북한은 닫힌 사회고 자료도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북한 연구를 하는 사람은 미시적인 것까지 집중하여야 한다. 작은 것을 통하여 보다 큰 사실을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북한 군복의 보습을 보면 최고지도자의 사상을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도 있다.

1960년대부터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군복을 일상적으로 입지 않았다. 주민 또는 외국인들 앞에 민간 복장을 입고 나왔다. 그래서 김일성, 김정일 또는 김정은이 군복을 입는 날에는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지곤 한다.

군복을 입고 있는 김정은의 거의 유일한 사진은 그의 모친인 고용희를 찬양하는 ‘선군 조선의 위대한 어머님’에 등장한다. 당시 김정은은 조선인민군 육군 대장 군복을 입었다. 이 영화는 김정일 집권 시대에 나왔다. 그런데 지난달 8차 당(黨) 대회 때 새로운 김정은의 군복 사진이 공개되었다. 필자는 여기에서 발견된 흥미로운 사실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수복을 입고 있는 김정은. /사진=조선중앙통신

위 사진에서 제일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김정은 어깨에 있는 계급장이다. 김정은의 군사 계급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원수’이다. 따라서 그는 ‘조선인민군 원수’인 현철해·리병철·박정천 보다 위에 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원수’인 부친 김정일과 조부 김일성보다 밑에 있다.

1995년에 ‘조선인민군 원수’라는 계급이 생긴 때부터 북한군 최고 3계급에 해당하는 계급장의 차이점은 ‘목란의 송이’이었다. 인민군 원수의 계급장엔 목란이 없었고, 공화국 원수의 계급장에는 목란 반 송이가, 대원수에 목란 한 송이가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이 차이를 명확하게 볼 수 있다.
김일성 대원수(左)와 김정일 공화국 원수 (右)와 그들의 계급장. /사진=조선중앙TV

그런데 김정은의 계급장을 보면 원래의 공화국 원수 계급장과 다른 점이 눈에 띈다. 김정은의 계급장은 옛 공화국 원수의 계급장이 아니라, 옛 대원수 계급장처럼 목란 한 송이가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김정은 원수복 계급장과 1995년부터 최근까지 사용했던 북한군 최고급 군관들의 계급장. /사진=조선중앙통신

김정은이 자신의 계급장의 모습을 바꾼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이제 ‘공화국 원수’의 계급장은 옛 대원수 계급장과 같다.

이는 상당히 작은 변화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김정은의 다른 조치들을 보면, 이 변화는 더 큰 경향의 일부라고 판단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선대에 무조건적 충성을 보여왔다. 김정일이 김일성의 충실한 제자였던 것처럼 김정은도 대체로 김정일과 김일성에 대해 비슷한 양상을 보여줬다. 즉, 북한의 수령은 효자 중의 효자로 살아야 한다.

그러나 김정은의 행위를 보면 그는 오히려 효가 매우 부족한 사람으로 보인다. 우선, 그는 권력을 잡은 지 며칠 후에 고용희에 대한 찬양을 중단하라고 지시하였고 지금까지도 김정은의 모친 이름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김정일에 대한 태도이다. 이는 김일성에 대한 김정일의 태도와 상당히 다르다. 1994년 김일성이 사망했을 때 김정일은 3년의 애도기간 동안 아무 직위에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렇지 않았다. 김정일은 자신이 ‘영원한 주석’ 김일성 밑에 있는 것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김정은은 아버지를 ‘영원한 국방위 위원장’으로 선언한 순간에 자신을 보다 높은 ‘제1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2012년 아버지를 ‘영원한 총비서’로 선언했지만 2021년 스스로 총비서로 등극하였다.

또한 2019년 10월 23일 김정은은 노동신문을 통하여 ‘선임자들의 <…> 정책이 매우 잘못’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김정일의 선임자가 누굴까? 바로 ‘백두산의 절세위인’ 김일성과 김정일이다.
‘선임자’, 즉, 김일성과 김정일을 비판하는 김정은에 대한 노동신문의 보도. /사진=노동신문(2019년 10월 23일) 1면 캡처

김정일에 대한 김정은의 불만은 상당히 미시적인 부분에서도 느껴진다. 예를 들면, 김정일은 함북 경성군에 있는 온실농장을 ‘모범’이라고 평가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19년 10월 김정은은 농장 찾아 불만을 표현하고 ‘낡은 사상 없애야’ 한다는 지시까지 내렸다.

위에 언급한 계급장의 변화도 이 패턴에 잘 부합한다. 부친으로부터 총비서의 자리를 빼앗은 김정은은 자기 군복 모습도 ‘선임자’와 일치하게 변화하였다. 여기에 김정은이 보내는 메시지는 무얼까. ‘나 김정은은 절대 김일성이나 김정일 밑이 아니다’를 외치고 있는 건 아닐까. 앞으로 김일성과 김정일은 김정은 앞에서 빛을 잃을지도 모른다.

                                                                                                                     이휘성(국민대학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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