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상실 북미정상회담 2주년, 돌발행동으로 긴장조성은 안돼
  • 관리자
  • 2020-06-12 13: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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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역사적인 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성사된 지 2년이 됐다. 두 정상의 만남은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 열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부풀게 했으나, 두 해를 넘기면서도 교착을 면치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핵심 합의 사항은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다. 큰 그림 속 의지는 넘쳤으나 지난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과 후속 협상에서 실질 성과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 비핵화와 대북 제재 완화에 관한 방법론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다. 특히 작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극적으로 성사된 문재인 대통령과 북미 정상의 회동이 반전 계기가 되는 듯했으나, 이후 실무 협상에서 합의 도출을 못 해 북한의 저강도 대미 압박 지속과 함께 지루한 정체가 이어졌다. 

친서 등을 매개로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개인적 친분은 외견상 유지되는 모양새지만, 최근엔 이마저도 흔들리고 11월 미국 대선 변수로 인해 당분간 협상 진전이 어렵게 됐다. 애초부터 험로가 예상되는 여정이었으나, 진전은커녕 퇴보 조짐까지 보이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북미 관계의 현주소는 리선권 북한 외무상의 북미정상회담 2주년 담화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리 외무상은 미국이 관계 개선이 아닌 악화에만 매달려 왔다고 비판하며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더는 대가 없이 치적 선전을 위한 보따리를 던져 주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정상 간 친분이 유지된다고 해서 관계가 나아진 게 없는데 싱가포르에서 악수한 손을 계속 잡고 있을 필요가 있겠냐는 회의감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관리하기 위한 보다 확실한 힘을 키우겠다"고 했다. 대미 무력시위 가능성을 열긴 했지만, 다른 편으로는 '대가'를 거론하며 협상 여지를 주는 모양새다.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을 통해서만 담화를 발표한 것도 눈에 띈다. 전단 살포에 격분해 남한을 거칠게 압박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에 미국 국무부는 유연한 접근법을 취할 의향이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재선이 불투명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섣불리 나설 이유가 없다. 미국도 여러 현안이 겹쳐 북한에 신경 쓸 겨를이 없으니 현상을 유지하며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는 데 치중할 공산이 크다. 북미 간 새 대화 동력을 찾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국면이다. 진전을 못 이룬다면 최소한 상황 악화는 피해야 한다. 상대를 자극해 분노를 유발하는 언사와 위협적인 군사 행동을 삼가야 할 때다.

현재로선 가상할 수 있는 북미 간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미국까지 겨냥한 고강도 무력시위에 나서는 경우다. 이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운동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를 최소화하려고 강력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인종차별 항의 시위 등으로 미국내 민심이 악화하며 그의 입지가 군색해져 있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는 관측이 가능하다. 

가능성이 극히 작은 시나리오지만, 돌발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상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으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역으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이 처한 취약한 상황을 공략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이미 새 전략무기 공개와 '충격적인 실제 행동'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역시 정세를 급변시킬 대형 변수가 될 수 있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 체감할 수 있는 성과는 얻지 못했더라도 '비핵화와 지속적인 평화체제로 향하는 노력 약속'으로 대변되는 공동성명의 정신은 유효하다. 일시 정체와 교착은 있을 수 있지만, 결국은 가야 할 길이다. 북미 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남북문제도 근본적인 해결에 이를 수 없다. 북미 관계 진전을 향한 기대와 희망을 접을 수 없는 이유다. 도발 자제와 대화 노력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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