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사단 '비핵화 제안' 좋은 기회로 생각해야
  • 관리자
  • 2018-03-06 1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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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대표단이 5일 오후 방북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접견했다. 우리 측 정부 인사가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난 것은 2012년 그의 집권 이후 처음이다. 예정대로라면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을 것이다. 특사단은 김 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큰 틀에서 얘기하고, 방북 이틀째에 김 위원장의 지침을 받은 실무진과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과 북한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반도는 평화의 길로 나아가거나 걷잡을 수 없는 긴장에 빠져들 수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짊어진 특사단의 방북 활동 결과에 기대를 걸어본다.

특사단은 평양 순안공항에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의 영접을 받고, 숙소인 고방산 초대소에서는 김영철 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마중을 받았다. 북한의 영접 인사나 숙소 준비상황, 경호 등을 볼 때 북측이 환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특사단이 알려왔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가 꼭 회담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기대를 하게 한다. 북한 매체들도 특사단의 평양 도착과 북측 고위인사들의 영접 등을 일제히 보도했다. 북한 당국이 '손님' 접대 못지않게 대내적인 메시지도 관리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 접견을 비롯한 특사단의 방북 활동에 대해 자세한 내용을 당장 공개하는 데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수도 있다. 특사단을 파견한 주요 목적 중 하나가 미북 사이의 회담 중재인 점을 고려하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정 실장 등이 이번 주 안에 미국을 방문해 특사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북미 입장을 더 조율해야 상세한 내용이 발표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불거져 나오는 일부 사실만 갖고 성급히 예단하기보다는 차분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사단의 임무는 북미회담을 성사시키고,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북미회담이 성사돼야 남북관계 개선도 선순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해서든 북한을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 앉히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미북은 이날 특사단이 파견되기 직전까지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는 대북특사 파견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는 타협이 가능하지 않다는 우리의 입장을 강조하고자 북한에 기꺼이 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핵화는 타협 대상이 아니며, 북한과 대화를 해도 이를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북한도 노동당 기관지 논평을 통해 미국에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지난달 23일 미국의 독자제재 확대 조치를 거론하며 "미국의 대조선 제재압박 책동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생존권, 발전권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유린 말살행위로 선전포고로 간주하고 있다"고 했다. 북미회담을 앞둔 '샅바 싸움' 성격이 있다고 하더라도 양측을 마주 앉히기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김 위원장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염원하는 내용이 담긴 문 대통령의 친서를 받고 우리 특사단도 만난 만큼 비핵화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문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했듯이 우리는, 북한이 제재와 압박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국가로 발전하도록 도울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이런 일을 시작조차 할 수 없다. 핵미사일로 본토까지 위협받게 된 미국의 단호한 의지를 볼 때 지금의 제재와 압박이 이전처럼 시간벌기용 대화만으로 흐지부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미국의 제재와 압박 시도는 더했으면 더했지 줄어들지 않으리라고 보는 게 현실적인 판단이다. 우리 특사단이 북미접촉의 첫걸음으로 북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우리 특사단은 현재 상황에 대한 해법을 갖고 북한을 찾아갔다. 북한은 특사단의 설명을 진지하게 듣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를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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