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10-28 09: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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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남북 분단의 역사가 올해로 75년째이다.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결코 명예로울 수 없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한민국과 함께 분단상황에 있던 국가 중에서 남북으로 갈라져 있던 베트남은 46년 전인 1974년 월맹에 의해 무력으로 통일되었으며, 한편 동서로 분단되어 있던 독일은 소련 및 동구 국가들의 공산주의 포기라는 세계사적 흐름을 타고 한 세대 전인 1990년에 평화 통일의 감격을 맛보았다.
돌이켜보면, 우리에게도 통일을 달성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첫 번째는 한국전쟁 당시였다. 김일성의 기습남침으로 낙동강까지 밀려났던 국군은 미군을 주축으로 한 유엔군의 참전으로 인천상륙작전(1950. 9. 15), 서울 수복(1950. 9. 28) 등의 반격을 거쳐 평양 탈환(1950. 10. 19)과 압록강 연변의 초산까지 진출(1950. 10. 26)하여 통일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중공군의 개입으로 한반도 통일의 첫 번째 기회는 무산되었다. 더구나 6·25가 남긴 후유증과 비극은 역사의 평면으로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또 한 번의 통일 기회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되어왔던 냉전 구도가 무너진 1990년을 전후한 시기, 보다 정확하게는 1991년 이후부터의 몇 년간이었다. 그 시기는 한반도 상황과 주변 정세가 그야말로 ‘평화 통일’이라는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정치지도자들의 통찰력 부족과 안이한 정세관, 그리고 감상적 민족주의와 우유부단함으로 모처럼 찾아온 통일의 호기를 날려버렸다. 당시의 정책적 실패에 대해서는 관련된 부문에서 좀 더 자세히 언급할 예정이다.
두 번씩이나 찾아온 통일의 기회를 놓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보다 ‘정확한 정보’의 제공이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일찍이 손자(孫子)는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지피지기’를 현대적 용어로 대치한다면, 다름 아닌 ‘정보’, 특히 ‘국가정보’다. 국가정보는 ‘정보사용자인 국가지도자나 군지휘관이 올바른 상황판단과 함께 적절한 정책이나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제공하는 사전지식(事前知識)’으로 정의된다. 그런데 2,50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의미의 중요성을 더해 가는 손자의 탁월한 사상이 정작 통일의 호기라는 중요한 순간에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상대방의 비밀에 접근해야 하는 국가정보의 속성상 학문적 연구 결과로 획득한 ‘절대적 지식’과 동일한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확률적 판단’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엄격한 폐쇄체제인 북한으로부터는 다양하고 신뢰성이 높은 첩보를 적시에 입수하는 작업이 극도로 제한되어 있어 정보(평가)의 정확도가 더욱 떨어지는 내재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대북 정보는 또 다른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지난 30여 년간 민주화 과정을 거치는 동안 보수와 진보 세력의 갈등이 심화하면서, 안보 문제까지 발생한 사건의 객관적인 시비곡직(是非曲直)을 가리는 일은 제쳐둔 채, 진영 논리에 매몰되어 편향적인 가치판단으로만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고 있다. 이런 경향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지난해 홍준표 의원과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이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을 두고 벌인 공개 논쟁(19.6.3)이다.
이 자리에서 홍 의원은 “핵과 탄도미사일을 만들었다는 건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뜻이다. 북이 탄도미사일을 만든 것은 미국의 개입을 막고 유사시에 적화통일할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유 이사장은 “체제 안전이 다른 방법으로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 불안하니까 보유한다고 주장했다가 ‘북괴 대변인’이라는 말도 들었다”라며 “거래 조건이 맞으면 김정은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의 대표적 논객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의 언급은 ‘결국 나는 북한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라는 사실을 고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접점이 없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는 것은, 국민을 혼란에 빠트려 적전(敵前) 분열시킬 뿐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안보 상황조차도 감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지금 엄청난 안보 위기 상황에 빠져 있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핵 개발 의사도 없고, 능력도 없다’라고 평가받던 북한은 이제 미국 본토까지 위협하는 핵미사일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반면, 우리는 북한의 위협에 제대로 대처하기는커녕 기존의 안보 능력까지 스스로 해제하고 있다. 종래 북한은 ‘대한민국 안보태세를 이완시켜 결정적 시기를 조성’하는 방안으로 ▲국가보안법 폐지 ▲국정원 해체 ▲주한미군 철수를 집요하게 주장해 왔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을 보면, 대공용의자들의 ‘인권 보호’를 내세움으로써 국가보안법은 이미 사문화되다시피 했고, 적폐 청산을 빌미로 추진하고 있는 개혁작업으로 인해 국정원(의 기능) 해체도 눈앞에 두고 있다.
한편 주한미군 철수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시작전권 통제 환수를 추진함으로써 혈맹관계로 불리던 한미 동맹의 의미가 변질하고 있다. 더불어 일제 식민역사의 기억을 끊임없이 환기, 국민의 비이성적인 ‘반일 감정’을 고취함으로써 한미일로 연결되는 안보 협력 체계를 흔들고 있다. 북한의 주장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냄비 속의 개구리’처럼 지금의 위기 상황을 외면하고 있다. 이 또한 북한(권력자)의 진면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은 이런 문제점들의 본질을 적시하고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먼저 ‘Ⅰ부 :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 기존의 연구 방법을 보완하는 시각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Ⅱ부 : 북한의 무엇을 볼 것인가?’를 설명하고자 한다. 더불어 그간의 남북분단사에서 연역(演繹)된 ‘대남위협’의 흐름(flow)을 도출하는 한편 그 흐름 속에서 핵미사일 개발·남북 정상회담 등의 개별적인 사건이나 현상이 대한민국 안보에 어떤 의미와 지위를 차지하느냐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글을 전개해 나갈 심산이다.
‘빈삼각은 두지 말라’라는 바둑 속담이 있지만, ‘빈삼각을 둘 줄 알아야 진정한 고수(高手)다’라는 말도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거니와, 이 글은 기존의 북한 연구방법론을 뒤집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드러난 문제점과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시도이다. 남북 간의 진정한 평화 정착과 그를 바탕으로 한 통일을 이룰 상책(上策)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제는 ‘빈삼각을 둘 줄 아는’ 새로운 시각을 가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아니한가?
다만 천형(天刑)과도 같은 비재(菲才)를 가지고 안개처럼 희미한 생각을 누구나 볼 수 있는 뚜렷한 형상으로 응고시킬 수 있는지가 우려스럽다. 기탄없는 질정(叱正)과 충고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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