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09-25 11:5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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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공무를 수행하다 실종된 공무원이 결국 북한 해안 근처에서 북한군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 남측 민간인이 북한 지역에서 총격으로 사망한 것은 2008년 금강산에서 있었던 고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비무장 민간인을 해상에서 무자비하게 죽인 것도 모자라 기름을 부어 화장까지 한 북한의 반인륜적 행위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진상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권 보호라는 국가 책임의 측면에서든, 인도주의적 측면에서든 그냥 넘길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남북 관계에 미칠 직·간접적 영향도 우려된다.
고 박왕자 씨 사건 때도 여론이 악화하면서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되는 등 남북 관계가 꽁꽁 얼어붙었다. 그때와는 사건 성격이나 한반도 주변 상황 등 제반 여건이 다르다고는 하나 어렵사리 불씨를 살려가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 정부의 신중하고도, 단호한 대응이 요구된다.
국방부는 24일 다양한 첩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쪽 해상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선원인 A씨가 북측에 의해 사살당한 뒤 화장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 낮 A씨가 실종된 뒤 동료 선원들이 선실 내부와 인근 해역을 수색했지만, A씨를 찾지 못했다.
군에 따르면 북한 단속정은 실종 다음 날인 22일 오후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작은 부유물 위에 몸을 의지한 채 표류하던 A씨를 발견했으며, 이후 그를 살해하고 불태운 정황이 포착됐다. 해상에서 어려움에 부닥친 민간인을 상대로 이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정부는 북측의 행위를 '만행'으로 규정하고 해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으나 좀 더 강력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
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입에 대한 극도의 불안과 경계심에서 과잉대응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나 이런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잔인하고 반인륜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이 A씨를 발견한 지 6시간 후에 상부의 지시에 따라 살해한 것으로 볼 때 우발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도 없다.
합동참모본부는 A씨가 신발을 벗어 놓고 사라졌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상태로 부유물 위에서 발견됐다는 점을 들어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명확지 않은 상황에서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칫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것은 물론 여론 악화까지 부채질 할 수 있다.
아직은 A씨가 배에서 스스로 뛰어내렸는지, 아니면 모종의 외력이나 실족 등 다른 요인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떨어진 것인지조차 확인되지 않았다. 자신의 의지로 바다에 몸을 던졌더라도 지금으로서는 그 이유를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북방한계선에서 10여㎞, 북한 해안까지는 20여㎞나 떨어진 해상에서 그것도 10여명의 동료와 함께 공무를 수행하던 중 별다른 장비도 없이 월북을 시도했다는 것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명백하게 드러난 사실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실종부터 사망까지 30여시간 동안 감시장비에 관련 상황이 전혀 포착되지 않는 등 군의 경계 태세에도 큰 허점이 드러났다. 사건 시작부터 끝까지 정부의 대응에 문제가 없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남북 관계는 워낙 민감해 돌발 사건으로 심대한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남북 관계가 꽉 막혀 있고, 북미 관계까지 소강 국면이라 특별히 더 나빠질 것도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화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남북, 그리고 북미 간에 여러 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쌓인 신뢰 자산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협상 동력은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 문 대통령이 최근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국제사회에 한반도 종전선언 지지를 호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국민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이번 일은 그 성격이나 내용으로 볼 때 인화성이 무척 큰 사건이다. 정부의 철저한 진상 규명 노력과 단호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이다.
북한은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이고도 우리측의 전화통지문에 응답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을뿐더러 한반도 평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인 만큼 지금이라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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