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0-09-21 10:2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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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8월 19일 김정은 주재 아래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28~31일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소집 이후 약 8개월 만에 열린 이번 회의는, 내용 면에서는 김정은이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한 저의 및 제8차 당 대회(2021년 1월 개최 예정)에서 제시될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성공 가능성과 함께 형식 면에서 전원회의 개최 과정이 보여준 김정은과 노동당의 관계에 포인트를 두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차례로 짚어본다.
먼저, 김정은은 ‘왜’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는가? 이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김정은은 전원회의에서 “혹독한 대내외 정세가 지속되고 예상치 않았던 도전들이 겹쳐 드는 데 맞게 경제사업을 개선하지 못하여 계획됐던 국가 경제의 장성 목표들이 심히 미진되고, 인민 생활이 뚜렷하게 향상되지 못하는 결과도 빚어졌다”라고 평가했다. 제7차 당 대회 때 야심 차게(?) 제시한 ‘경제 발전 5개년(2016~2020년) 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것이다.
수령의 무오류성을 선전해 온 북한으로서는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서, 항간에서는 김정은의 이번 발언이 (잘못된)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정면 돌파’하려는 김정은의 통치 스타일이 반영됐다는 견해도 있다. 과연 그럴까?
사실 북한 경제 개발 계획이 실패하리라는 것은 진즉부터 예견돼왔다. 북한 경제는 강화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 미국의 대북 제재로 인해 대외교역이 차단됨으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다. 더욱이 올해 들어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일찌감치 국경을 폐쇄한 데 이어, 여름엔 역대 최악의 수준으로 알려진 수해까지 덮쳤다. 올해 초 ‘정면돌파전으로 자력부강을 이뤄내겠다’라고 천명했을 때보다 상황이 더 악화한 것이다.
이 때문에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비롯해 당 창건 75돌을 맞아 주요 성과사업으로 선전하려던 주요 사업들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한 마디로 당 창건일을 맞아 내세울 만한 성과나 치적이 거의 없게 된 것이다.
난감한 입장에 처하자, 김정은은 ‘솔직’함을 가장하여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실패의 원인을 대북 제재와 코로나19, 큰물 피해 등 외부 요인으로 돌려 ‘어쩔 수 없는 실패’로 둔갑시켰다. 더불어 “최근 연간 나라의 경제 전반이 제대로 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금속공업의 맏아들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김철에 큰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김책제철련합기업소 지배인), “한 개 도를 책임진 일꾼으로서 일을 쓰게 하지 못해 우리 원수님께서 큰물로 고생하는 인민들에 대한 걱정으로 그처럼 험한 진창길을 걸으시게 했으니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죄가 어디 있겠는가”(황해북도당위원회 위원장)라고 하는 등 고위 간부들이 잇달아서 정책 실패의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림으로써, 김정은의 책임을 덜어주었다. 요컨대 김정은의 이번 전원회의 발언은 김정은 특유의 정면 돌파 방식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원인을 외부 요인과 부하들에게 전가하여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꼼수’에 불과한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3일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황을 보도했다. 신문은 “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 소식을 접한 평양종합병원 건설자들이 당 제8차 대회를 맞이하기 위해 연속공격, 계속 혁신해나가고 있다”라며 평양종합병원 건설장을 조명했다. 북한은 오는 당 창건 기념일 75주년(10월10일)까지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완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김정은은 “당 8차 대회에서 새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제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또한 주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최근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베트남의 경우에서처럼 해외자본 유치와 함께 최신 기술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더불어 노동력도 –마르크스가 주장한- 잉여가치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 보유를 고집하는 현 상황에서는 외부로부터의 자본과 기술 유입은 어려우며, 이에 따라 ‘자력갱생’이라는 미명 아래 주민들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경제 정책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꿔말하면, 노동집약형의 경제 정책으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우며, 이 때문에 새롭게 제시될 경제 계획도 결국은 실패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음은 이번 전원회의 개최 과정에서 드러난 김정은과 노동당의 관계이다.
이번 전원회의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8월 18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우리 혁명 발전과 당의 전투력 강화에서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문제를 토의 결정하기 위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6차 전원회의를 19일에 소집할 것을 결정했다”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말에 열린 제7기 제5차 전원회의(2019.12.28.~31)의 경우, 24일 전인 2019년 12월 4일에 당 중앙위원회 소집을 결정한 것과는 대단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노동당 전원회의는 -비록 명목상의 권한이기는 하지만- 당 중앙위원회 위원(128명)과 후보위원(106명) 전원이 참가하여 국가의 핵심 전략과 정책 노선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회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집 공고 1일 만에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회의를 진행했다는 것은, ‘조선노동당’이라는 조직이 백두혈통의 사당(私黨)에 불과하며 더욱이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통치 도구로 전락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이라 하겠다.
차제에 국가정보원이 ‘통치 스트레스 때문에 김여정 등 측근들에 위임통치’라고 평가한 것과 관련해서 사설(辭說) 한 마디. 김정은이 측근들에 권한을 위임한 것처럼 보이는 것은, 통치 스트레스 때문이라기보다는 10년간의 통치 경험을 통해 일의 중요도에 대한 know how가 축적됨으로써 ‘피곤하기 짝이 없는’ 만기친람(萬機親覽)식의 통치 스타일에서 벗어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그동안 김정은이 보여줬던 좌충우돌식의 통치도 앞으로는 깊은 수읽기를 바탕으로 노회(老獪)한 전략을 구사하리라는 전망을 하게 한다.
출처:데일리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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