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자
- 2021-01-19 08:4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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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 간 대화를 거듭 제의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한 답방은 합의 사항임을 상기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주일 전 신년사 발표 때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제의한 데 이은 것이다.
답방이 먼저가 아니라도 좋으니 일단 대화하자는 취지의 말도 했다. 또 비대면이라고 해서 꼭 화상 회담 방식만 있는 것은 아니라며 다른 소통 방식에도 문을 열어 놨다. 어떤 식으로든 김 위원장과 북한 당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북한이 노동당 8차 당대회와 열병식을 통해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핵 무력을 과시하면서도 대남, 대미 대화의 여지는 뒀다는 해석과도 맥이 통하는 제안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여권 일각에서 김 위원장의 연내 남한 답방설이 제기돼 야당에서 황당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었다. "여름이 답방의 적기로 본다"는 한 여당 의원의 개인적인 관측까지 나왔는데, 관련 징후가 드러나지 않는 만큼 남북 관계 진전에 적극적인 여당 의원들의 희망 섞인 관측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그렇더라도 북미, 남북 대화의 과정을 돌아보면 돌발적 계기에 따른 상황 급반전으로 대화 국면이 조성된 적이 있었던 만큼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기도 쉽지 않다. 김 위원장이 당대회를 통해 핵 무력을 내세우며 공을 미국과 남한에 넘겼다는 점도 어떤 형태로든 대화의 계기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가능케 한다.
문 대통령은 미국의 차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다른 현안들로 인해 본격적인 외교 행보에 나서는 데 시간이 걸릴 순 있지만, 북미 문제를 뒷순위로 미룰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이든 당선인이 이전에 외교 정책을 다뤘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지지할 정도로 남북문제를 잘 알며, 그의 안보라인도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이어서 북한 문제가 뒤로 밀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임과는 달리 실무적으로 까다롭게 북한을 상대해 협상 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과는 결이 좀 다르다. 이런 긍정적인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북미의 다가서기와 북미를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필히 전제돼야 할 것이다. 3월로 예정된 한미군사훈련이 방어 목적의 연례 훈련이라고 해도 협상에 필요하다면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북한도 진전된 카드 제시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문 대통령이 한미군사훈련 문제와 관련해 필요하면 남북군사위원회를 통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한 만큼 북한의 호응을 기대한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해 문 대통령은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화가 성공적으로 타결되면 다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 과제는 각론들에 즉각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인내심을 갖고 포괄적인 해법으로 가야 풀리는 난제라는 의미로 읽힌다. 무엇보다도 당사국과 관련국 사이의 다양한 접촉이 긴요한 이유다.
타결 이전까지는 확실한 전쟁 억제력을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힘의 균형추가 어느 한쪽으로 기울면 정상적인 협상이 안 되는 것은 상식이다.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핵무기를 내세워 대미, 대남 압박을 가하는 것도 협상력 제고의 일환이지 않나. 문 대통령의 언급대로 올해 집권 5년 차라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북한은 거창한 요구들을 제시하며 각을 세울 게 아니라 인도주의 협력 등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접점 모색을 통해 출구를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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